영화시장의 침체기, 외화들이 그나마 있는 상영관을 다 차지하고 나서서는 고개도 내밀지 못한 한국영화가 수두룩했더랬다. 그런데 강철중이 개봉했다. 사실 난 이 영화가 그렇게 구미당기지도 않았고 다만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강철중의 상영관 독식에 밀려 조기에 내려온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거였다.
'강철중1-1'을 봤다. 사실 '공공의 적'을 본 후 큰 충격을 받았고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데 강철중이라는 인물의 시리즈에 가까운 영화 '강철중 1-1'은 왜일까? 재미있었다. 이렇게 쉽게 넘어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 쉬운 성격이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설경구와 정재영은 시종일관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경계선상에서 재주를 부렸고 난 그 매력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우석과 장진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존의 강우석 영화보다는 장진의 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친근했다. 장진식 유머가 곳곳에 있고 사실 캐릭터도 정재영이 훨씬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시리즈 물이 국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에서 탈피한 이 영화가 도대체 무엇때문에, 어떤 힘이 있어 가능했을까, 줄곧 궁금했던 내게 내려진 정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장진과 그의 페르소나 정재영으로 인한 놀라운 시너지 효과! 타이틀만 보면 강우석 영화의 시리즈물의 하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진 영화속에 줄곧 등장하는 동치성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2008년 강철중은 전셋집하나 마련하지 못한, 언제 어떤 사고와 사건으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형사들을 어느새 대변하고 있었다. 강철중이 원래 그런 캐릭터였나..? 강철중 캐릭터가 조금 진부해진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