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인의 삶
당신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열어 보여라.
나를 좀 내버려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소외와 관심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삶이 타인의 시선에 대한 회피로 일관되었듯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좀머씨 또한 세상의 접근에 No thank you라고 답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나를 표현하고 타인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작용은 어느 시점, 공간을 떠나 너무 익숙해져버린 삶의 일상인 것이다.
관심을 받고 소외를 당하는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순간 타인들에 의해 진행되어 지고 있다. 좀머씨처럼 타인이 쳐 놓은 굴레를 벗어나 사회에서 자신을 스스로 격리하는 일조차 현대에는 쉽지 않다.
점점 타인의 관심은 형식적이 되고 진정성이 사라진다.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고 소외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방관할 수는 없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타인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들의 삶속에 들어가 아주 사소한 문제에 까지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문제를 타이핑하고 보고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그의 관심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관심은 집요하고 직업적이지만 그는 철저하게 감춰져 있으며 관심은 관심일 뿐 그들을 이해하려고도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일상인 것이다.
그러던 그의 마음에 작은 변화들이 일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이 여인에 대한 사랑이었든 연인에 대한 연민이었든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마음에 진정성이 담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그의 감시는 보고의 도구가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경이었다. 그들의 삶속에서 그는 자신을 발견하고 감정의 변화를 보이며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을 노출하고 도움을 주는 상황에 까지 이른다.
그러한 변화는 그를 현실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곤경에 빠뜨리지만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선물을 얻었다.
It's for me.. 그의 변화에 세상은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 주었지만 보상이 아닌 마음의 선물인 책을 집어 든 그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는 쇼생크 탈출에서의 마지막장면 만큼이나 행복했다.
나를 돌아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는 한계란 없다. 내가 누군가를 이해해주는 만큼 그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철없는 이기심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차분해 지자, 고요해 지자.
우리는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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