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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지개를 본 적이 있는가.. 2주일 사이, 비가 2번 왔었다. 봄의 끝과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였다. 하지만, 그 비에 무엇인가가 빠져 있었다. 아니 언제인가부터 비가 그쳐도 우리는 그런 자연 현상에 무감각해 졌다.
하나의 자연 현상이기 전에, 우리의 마음속에서 잔잔한 동심을 꺼내주고, 순수를 잃지 않게 해 주었던 그 매개체를 잃어버린 지금, 우리는 애써 기억 저편의 모습들을 끄집어내려 하지 않는다. 그 만큼 각박해진 사회를 살다보니.. 먹고 살기 바빠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그 감각들을 덮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막는다기 보다 용납해 주고 있다.
오랜만에, 멜로다운 멜로 영화가 나왔다. 필자 자신도, 이 영화를 보기 전.. 편견과 아집 같이 무엇인가 못마땅한 심정이 그득 했었다. 유치찬란하겠군,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렇게 한심하게 무지개나 쫓으며, 크레파스로 도화지에 그림 그리는 이야기를 할까... 그러나 이게 왠걸, 역시 사물이나 사람은 겉만 보며 판단하면 안 된다는 명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가 보다.
기상 캐스터 ‘진수(이정재 분)’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부분 기억 상실증이라는 장애가 나타난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그녀와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자부하는 그 시간들이 없어졌다. 어렵사리 대학 동창 연희를 만나게 되어,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찾고 있다. 지하철 유실물 센터 직원 ‘연희(장진영 분)’는 사랑했던 그 사람과 헤어지고, 상처뿐인 옛사랑을 잊으려 할 무렵.. 잊고 지냈던 대학 동창 진수를 만나게 된다. 진수의 어렴풋한 기억의 시간들을 찾으면서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끌리지만, 진수는 현재의 연희와 희미한 기억 속의 무지개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사람들에게, 필요하지만.. 또한 불필요한 것이 ‘기억’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겠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고.. 불행했던 기억들은 단 1초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의 바램이다. 그 바램들을 차치하더라도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 못함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고행의 나날이라 생각한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 기억을 더듬는다. 우리에게 행복했던 시절.. 우리에게 순수했던 그 시절을 말이다. 나이 들어서 새삼스레, 무지개를 찾는다느니.. 청승을 떤다느니.. 이러한 것은 거리가 멀다. 무지개는 우리에게 비만 그치면 나타나는 자연 현상을 표현했다기 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 옛날의 순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 아름다움을 지금 구현하기는 힘들다.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던 하얀 도화지속의 거칠고 투박한 무지개는 무형의 작은 화면 캔버스 안에서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의 세계에서 선하나, 티끌하나 실수도 용납치 않는 세계에서 재탄생하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는 판단할 수 없다. 각각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美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그 날의 순수했던 순간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때는 지금보다 때가 덜했던,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로웠던 그 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옛 기억들 속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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