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이후 미국의 혼란한 자화상....★★★★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둔기에 머리를 맞은 듯 강렬함을 느꼈고, 아직도 그 선연한 이미지가 생생히 남아 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TV를 통해서였는데, 당시로서도 오래된 영화를 TV에서 방영하게 됐던 건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조디 포스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이리스’(<택시 드라이버>의 배역)라는 이름과 레이건 암살 사건이다.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라는 남자는 레이건과 그 수행원들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그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이유는 바로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당시 미국 TV에서는 ‘이스라엘이 왜 레바논에 폭탄을 떨어뜨렸는지 알아?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지’라는 농담이 난무했었다고 한다. 왜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을까? 아마도 존 힝클리는 스스로 <택시 드라이버>에 나온 트래비스의 분신을 자처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택시 드라이버>는 겨우 작년에야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초기작인 <택시 드라이버>는 세상을 구원하고픈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영웅 또는 악인의 시선을 통해 베트남 전후 미국의 탐욕에 찌든 혼란한 사회상을 펼쳐 보인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트래비스는 택시 운전사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포르노극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사회부적응자 트래비스는 베시(시빌 셰퍼드)라는 금발 여인과 함께 첫 데이트에 나서지만 자신이 아는 유일한 장소인 포르노 극장에 그녀를 데려가고 만다. 덕분에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 트래비스는 12살의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만나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에 빠져 대통령 후보 암살을 계획한다. 그러나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 유세 현장에서 암살 시도도 못해보고 도주하고 난 후 아이리스를 찾아가 포주와 총격전을 벌인다.
강렬한 화면과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해낸 이 작품은 1976년 제29회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화제를 낳았으며, 특히 <택시 드라이버>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는 작품이다. 거울 앞에서 총을 겨누며, 약간은 정신 나간 듯한 트래비스의 독백, “나에게 지껄이는 거야?(You talkin' to me?)”. 이 장면은 소위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실제 시나리오 상에는 트래비스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정도로 묘사되어 있는 것을 로버트 드 니로가 스스로 만들어낸 애드리브라고 한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가 돋보이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12살 창녀역을 소화해 낸 조디 포스터의 풋풋함도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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