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비애, 일탈을 꿈꾸다
[원티드]는 어느 정도 헐리웃 슈퍼히어로 영화의 내러티브와 일맥상통한다. 최근 [핸콕]에서 슈퍼히어로에 대한 시선을 약간 변형 시켰듯이, 이 [원티드]에서는 하찮은 회사원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扮)에게 동급의 지위와 상황을 안겨준 슈퍼히어로 영화의 변주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 샐러리맨의 비애(悲哀)가 동기부여로 자리 잡고 있으면서 오랜 역사의 암살단이라는 숙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이로 인한 색다른 이야기 전개는 기존의 단순한 액션영화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또 다른 신선함을 가져온다. 평범한 일상 속에 갑자기 모든 걸 바꿔놓는 폭스(안젤리나 졸리扮)의 등장으로 웨슬리는 정신이 없다. 늘 대인적인 스트레스로 공황장애에 시달렸던 예민한 성격이 정신질환이 아닌 타고난 초인적 감각 때문이었다니, 믿을 수 없는 웨슬리는 짧은 방황과 고뇌를 버리고 늘 당하고만 살던 현실을 향해 당당히 일탈의 문을 열어젖힌다. 아마 관객들도 웨슬리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억눌린 감정이 함께 분출 될 것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의 슈퍼킬러 되기? 혹은 전설의 킬러 따라잡기 정도? 아무튼 거침없는 살인본능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예고하며 장전된다.
다차원적이고 화끈한 액션연출, 감독이 누구야?
[나이트워치]와 [데이워치]를 아는가?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스치듯 이라도 접했을 법한 영화일 것이다. 3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물로 러시아산 판타지다. 러시아 최초의 블록버스터라는 명명을 받고 있을 만큼 화려함과 장대함을 갖추고 있는 나름 대작이다. 시나리오가 뛰어나다는 평도 있지만, 작품성 자체가 훌륭하다고 입을 모으기에는 국내에서 평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분명 괄목할 만한 작품이었다. 이번 [원티드]의 감독이 바로 이 시리즈물의 감독이었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다. [원티드]는 솔직히 전작들에 비해선 양반인 셈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인 다차원적인 액션은 떡잎에서부터 알 수 있으리라. [원티드]는 아무래도 헐리웃의 입맛에 맞게 서사를 잡고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의 공식도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상업적인 식상한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도 마치 방직 공장의 실타래처럼 짜임새 있는 풍성함이 돋보이니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이야기적 재미는 두 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액션이 다소 도가 지나치긴 했지만, 그 수위가 보는 이에 따라 재미를 가감시키니 나름 과감한 연출이었다고 생각된다.
끝장나는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열차액션씬이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했던 분이 꽤 있으리라. 하지만 오산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마지막 웨슬리의 화끈한 복수씬 이야말로 정말 압권이다. [원티드]는 건액션의 신기원을 이뤘던 [이퀼리브리엄]에 이어 건액션의 절정이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방점을 찍어 주신다. 물론 물리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오류가 많은 액션들이지만 액션장르가 변주된 판타지와 살짝 손을 잡고 싶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 없음이다. [원티드]는 초반 빌딩 허공답보씬이나 졸리 누님의 본네트 총질씬 등으로 시작해서 쉴 새 없이 긴장감 넘치는 스피드 액션을 선보인다. 거기에 액션 장면 장면마다 파워풀한 음향효과는 굉장히 탁월하다. 시종일관 메탈 음향의 빵빵함과 하드코어 음악의 짱짱함이 귀를 매료시키고, 현란하고 강렬한 액션이 눈을 환각시킬 것이다. 한마디로 폼 나게 조지고 부시는 조지부시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연출에 있어서도 왠지 모를 마이클 베이와 렌 와이즈먼의 액션연출의 중간선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조국의 영화도 만들어야겠지만 그래도 티무르 감독이 헐리웃에 남아서 명맥을 있는 액션전문 감독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살짝쿵 가져본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원티드]는 오프닝씬을 제외시켰을 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묘하게 액자식 구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샐러리맨의 비애가 전면에 깔리고 틀에 박힌 무료한 일상 속에서 정체성의 부재에 대한 회의감과 변화를 향한 일탈이 공존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대놓고 묻는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진짜 뭘까? 일단 각자의 몫으로 돌려놓고, 영화의 동기부여가 된 명제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샐러리맨, 흔히 우리나라에서 월급쟁이로 불리는 오피스맨과 오피스걸들의 애환이 하나의 상념을 꽃 피우고 그것이 이런 통렬한 액션블록버스터를 창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에 [강철중]도 무더운 날씨와 답답한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시원시원함과 거침없는 매력을 보였었는데, [원티드] 역시 유사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하겠다. 웨슬리가 히스테리 상사에게 울화통을 날려 버릴 때,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굉장한 희열과 통쾌함이 작렬했으리라. 그리고 끝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와 쏟아지는 액션씬들은 분명 쾌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물어보고자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현상수배 하고자 하는 ‘Wanted'는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운명을 거스르는 작위 따윈 필요 없다. 삼라만상 인생사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세상 속에 흐름이 변했다고 모순을 만들지 말자. 모든 것은 물 흐르듯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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