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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니) 아름다운 영상과 뛰어난 화폭에 묻힌 장승업 취화선
lee su in 2002-05-09 오전 10:00:45 1496   [2]
올해 나이 66세.

노장이라기 보다는 거장으로 불리는 한국영화계의 지존...임권택 감독.
'서편제', '춘향뎐'에서 '취화선'으로까지 이어지는 그의 한국적인 미를 향한 여정에는 쉼이 없어 보인다.

'취화선'은 소리를 통해 한국적인 미를 찾았던 전작과는 달리 그림이라는 여백의 공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그림을 통한 형식미를 추구함과 동시에 조선후기에 실존했던 장승업이라는 한 개인의 일생을 통해 예술혼을 되살린다.

오원 장승업은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에 손꼽혔으며, 후대의 화풍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사료는 후세에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다만 그가 산수화를 비롯한 모든 풍경화에 능했으며, 호방한 성격에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따라서 '취화선'은 어느정도 사실에 바탕을 두되, 임권택 감독의 손길을 거쳐 픽션으로 재창조 된다.

영화는 장승업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52세로 생을 마감할때까지의 그의 일생을 쫓아간다.(시사회장에 10여분 늦게 도착한 관계로 어린 장승업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선다.)
시대극의 속성과는 달리 영화는 장승업의 행적을 빠른속도로 잡아나간다.
때문에 '취화선'에는 '서편제'처럼 롱테이크 기법(카메라를 고정한채로 오래찍기)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장면의 전환이 빠른만큼 관객들은 영화에 흥미롭게 몰입이 된다.
반대로 그만큼 장승업의 고뇌에 쉽게 동참할 여지를 만들어주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승업이 예술적 성취를 위해 죽음을 선택할 때에 관객들은 잠시동안의 고뇌를 맛보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장승업의 죽음은 감독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말이다.(영화에서 말한것을 빌리자면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설도 있지만 말이다.)

'취화선'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수 많은 한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이다.
장승업이 한획한획 여백의 화선지에 힘있는 붓질을 하는 모습은 그의 예술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단아하고 고운 한복과 조선후기의 한양거리를 완벽히 제현한 세트 등은 이 영화의 제작에 뿌려진 수많은 땀의 결실을 함께 보고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취화선'은 한국화의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4계절이 고루 담긴 자연의 풍광은 그 자체가 바로 그림이며 미적 아름다움이다.
우리나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는지 몰랐을 정도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자연속을 구도자의 모습으로 걷는 장승업의 모습은 자연속 산수화의 한 인물로 승화된다.

'취화선'은 이렇듯 그림과 자연을 보는것만으로도 영화속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지나치게 한국적인 형식미에 취우친 나머지 삶에 고뇌하는 장승업을 좀 더 진솔하게 비추는데 실패한다.
또한 '갑신정변', '갑오경장', '동학혁명' 등 시대적 배경을 언급함으로해서 시대의 흐름속에 삶의 변화를 겪는 장승업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는 있으나, 극 중간중간에 짤막하게 비춰지는 시대적 상황은 오히려 장승업이라는 인물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때문에 칸 영화제에 진출한 이 영화가 과연 '동학혁명' 등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있게 비춰질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장승업을 연기한 최민식의 연기는 '파이란'에서 보여줬던것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
또한 장승업이 그림에 소질이 있도록 정신적 스승이 되어준 개화학자 유병문역의 안성기 역시 영화의 무게감을 높혀준다.
하지만 장승업의 여인들로 첫 스크린 연기를 했던 유호정, 손예진은 아쉽기 그지없다.
물론 장승업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같은 장승업의 여인으로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열연을 펼쳤던 김여진에 비하면 부자연스러움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취화선'의 장승업을 보면서 필자는 느낀다.
예술적 경지를 위해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장승업이 바로 임권택 감독의 분신이 아닐까 하는...
분명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이 아니면 쉽게 만들수 없는 장인정신의 산물이며 예술적 혼이다.
그리고 뛰어난 걸작이라고는 얘기할 수는 없지만 요즘의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작임에는 분명하고, 또한 거장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기에 '취화선'의 영화적 가치는 빛난다.

(총 0명 참여)
jhee65
거장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기에 "취화선"의 영화적 가치는 빛난다.   
2010-08-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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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2001, Strokes of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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