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서도 빠져보는 영웅놀이....★★★☆
이제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두고 ‘놀라운 기술의 발전’ 운운하는 건 어쩌면 괜한 시간 낭비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픽사의 기술력에 대한 과도한 찬사는 자칫 픽사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힘을 가리게 될지도 모른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힘은 바로 기술력이 아니라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는 미국 중산층 가족을 내세운 <인크레더블>은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즐거움의 종류가 짬뽕 또는 비빔밥처럼 한데 비벼져 있는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히어로가 주인공이니 만큼 장쾌한 액션, 미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가족애, 사실한 소박하기 그지없는 악당의 애환, 서로 힘을 합치는 단결의 힘, 고난을 극복한 아이들의 성장 등등등...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는 <인크레더블>은 그러나 다양한 요소들이 옆으로 새지 않고 단순하게 하나로 뭉쳐 직진한다. 무엇을 향해서? 당연하게도 재미를 위해서! 의외로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단순하며 실사 영화들에서 본 것 같은 여러 장르의 클리셰들이 등장함으로서 팝콘을 먹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가끔은 조금 딴 짓을 해도 괜찮을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라든가 철학적 문제엔 그다지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슈퍼 히어로는 후천적 노력으로는 절대 될 수 없으며, 유전으로만 전수된다는 사실은 거대한 재벌그룹을 아들에게 넘기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부정을 저지르는 현실을 떠올리게 하며, 엄청난 돈과 첨단 과학의 힘(마치 아이언맨)으로 탄생한 신드롬이 슈퍼 히어로의 피를 물려받은 고작 옹알거리는 아이에게조차 상대도 안 되는 장면은 곱씹어 볼수록 씁쓸하기 그지없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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