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은 머릿속을 헤집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사실 처음 영화 제목을 듣고는 행콕이 아니라 왜 핸콕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처럼 날아 다니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야 늘상 마블 코믹스에서 봐왔던 슈퍼히어로였다.
1. 영웅
영화의 대사에서도 나오듯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한 바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신, 천사 또는 영웅을 기대하고 살아왔다. 심지어 그것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스타라고 하는 존재는 아닐까? 모든 문명이나 국가의 시작에는 언제나 그렇듯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이 있었다. 체제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또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사는 민중들에게는 그들을 구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극의 열풍과 함께 정통 역사를 더듬던 우리 드라마들도 요즘엔 홍길동, 일지매 등의 보다(?) 인간적인 영웅들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당신들과 함께 숨쉬며 살았던 그들이 여기에 있다라고 외치며 말이다.
2. 인간
누구나 위험에 처하면 또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번쩍하고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 나는 어렸을적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하늘을 날아 오르는 꿈을 꾸곤 했다. 만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보았을 때나 넓은 운동장이 나오는 꿈이면 으레 두 손을 지켜 들어 올리면 몸이 부웅하고 날아 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할수 없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큰 힘 들이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소망은 영웅이라는 것을 통해 나타난다. 촛불집회를 보면서도 늘 무슨무슨 사람들의 소식이 함께 올라오고 이슈가 되는 것을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집단이라는 이름 속에 묻혀지지만 그들은 특별한 사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고 그리고 또 사라진다. 인간은 끊임없이 영웅을 만들어 내고 이내 다른 영웅들을 찾아 길을 떠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3. 신화(MYTH)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집에는 백과사전과 제목은 기억나지 않은 전집이 있었다. 그 책들에는 과학, 철학, 문학 등 여러가지 주제의 내용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핸콕'의 주인공들은 서로 하나의 쌍으로 지어졌으며 함께할 때는 보통 인간과 같은 힘을 지니며 늙고 병들고 그리고 죽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영웅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들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책을 이야기 한 것은 그 곳에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책에는 "인간은 원래 남과 여가 합해진 것으로 신에 의해 만들어 졌으나 그들 인간들이 너무 힘이 세고 강력하여 신의 권위에 도전함으로, 인간을 현재의 모습인 남과 여로 나누어 다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나와 있었다. 전후 과정이나 결론은 다르지만 신화 속 인간의 모습과 핸콕에서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너무나 닮아 있다. 세상을 뒤엎고 죽음을 넘어서며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 그러나 함께 있으면 너무나 연약하고 우리와 다른 모습이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4. 사랑(HEART)
왜 사랑이 LOVE가 아니고 HEART일까? 사랑하도록 빚어진 두 존재가 함께 하면 SUPER-HERO의 힘을 잃는다는 설정 - 그들은 함께 하지 않음으로 해서만 사랑을 완성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심장을 가진 인간, 그들은 사랑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도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달에 새겨진 심장은 그들을 이어 주는 표식이며 상징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사랑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외로운 존재였던 핸콕, 사랑을 찾았으나 다시 사랑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가슴 속 절절한 사랑을 놓아준 뒤에야 찾아온 평화 - 그것은 다시 태어난 심장, 바로 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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