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갉아 먹은 매력적 캐릭터.... ★★☆
주정뱅이에 까칠한 슈퍼 히어로 핸콕(윌 스미스).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음주비행(?)을 일삼으며, 범인 한 명을 잡기 위해 LA 시내를 박살내 버린다. 말이 좋아 슈퍼 히어로이지, 벌거벗은 채 아이들 앞에 나타나고, 고래를 그린피스 요트로 집어 던지는 등의 악행(?)으로 그를 상대로 한 고소 고발 건수만 수백 건이다. 시민들은 그가 제발 뉴욕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뚜렷한 정의감도 없고, 시민과의 교감도 없는 그가 큰 틀에서 어쨌거나 선한 편에 있는 건 매우 의아한 현상이라고 할만하다. 거의 노숙자나 다름없는 삶을 살던 핸콕은 우연하게 홍보 전문가인 레이(제이슨 베이트먼)와 인연이 시작되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여기엔 레이의 부인인 메리(샤를리즈 테론)에 대한 핸콕의 야릇한 감정도 한 몫 한다.
처음 <핸콕>은 성인 등급의 액션 영화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지금보다 핸콕은 더 폭력적이었고, 파괴적이었으며, 반면 성기가 너무 작아 밤일을 치르지 못하는 존재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남성적 매력의 대명사인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가 성 불구자라니, 얼마나 기막힌 설정인가. 한마디로 기존 슈퍼 히어로의 관습을 완전 비튼 새로운 슈퍼 히어로는 흥행성을 고려, 기획단계에서부터 순화되었고, 영화에선 핸콕과 메리의 키스 장면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핸콕>이 기존 슈퍼 히어로의 관습을 깬 영화라고 생각했다. 많이 순화되긴 했지만, 현재의 핸콕만으로도 꽤 매력적 캐릭터임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따라서 까칠한 핸콕의 사건 사고를 다룬 초반은 눈을 떼기 힘들만큼 유쾌함과 재미를 선사해 준다. 문제는 메리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다. 마치 <핸콕>을 보다가 중간에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을 보는 듯한 이질감은 너무 어색했고, 슈퍼 히어로의 기원을 신화에서 발굴해내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갈 때엔 내 마음 속에도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함 보자’라는 오기까지 발동했더랬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설정만 빼 놓는다면 전체적으로 영화적 재미는 충분하다. 감옥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어색한 슈트를 입고 나타나 마주치는 경찰들마다 어색하게 ‘당신이 최고’라고 말해주고, 위기에 처한 여경에게 ‘당신 몸에 손대는 걸 이해해 달라. 이건 성추행이 아니다’고 말하는 장면은 대단한 코미디임과 동시에 사회 부적응자, 또는 남과 다르다는 점에 힘들어하던 핸콕이 유사 가족을 얻고,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으로서 영화 후반부를 충분히 지탱해 갈 수 있었음을 말해 준다.
그런데, 느닷없는 신화는 왜 필요했을까? 아마도 그건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막강 파워를 가지고 있는 핸콕에게 위기 상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핸콕이 한 번 정도는 위기에 빠지고 그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좀 더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선 인정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너무 나갔다. 너무 나가서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서둘러 위기 상황을 빠져 나와서는 ‘모두가 행복해졌네’라는 식의 어설픈 동화로 막을 내린다. 급격하게 착해진 핸콕이라는 캐릭터로 이 영화의 시리즈화가 가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체 핸콕과 슈퍼맨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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