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수퍼히어로와 다르다는 카피를 내세우며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를 시도했던 핸콕은 우선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해야 할 듯 싶다. 그것이 핸콕의 완성도측면의 문제가 아니라는점을 미리 말해두는바, 핸콕은 기존의 히어로와 다르다라는걸 영화의 주제로 말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핸콕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그런게 그게 득이자 실이됐다
핸콕은 영화전체적으로 수퍼히어로영화답지(어쩌면 더욱 전형적일지도)않게 '액션시퀀스'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지 않는다. 보통 히어로물은 꼭 히어로들의 놀라운능력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만들어진 액션장면으로 영화가 흐르곤 하지만, 핸콕은 액션자체가 관객에게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그자체가 핸콕의 일상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듯이 비교적(?) 평범한 액션시퀀스로 영화를 채워넣었다. 감독인 피터버그의 연출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지만(좋게봤을때), 정말,진짜로 영화속 핸콕의 많은 액션 장면들은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엄청난 눈요기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기존의 영웅들의 액션씬들보다 떨어지는편이다. 영화시작하자마자 시작되는 범인들의 차량을 건물꼭대기에 걸어놓는 장면이 가장 독특한 장면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핸콕의 놀라운 액션시퀀스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예고편이 다라는둥''볼게 없다'라는 등의 불평을 해대며 극장문을 나설것이 뻔하다.그만큼 핸콕은 쇼킹할만한 액션시퀀스는 갖고 있지 못하지만,핸콕은 앞에서 말했듯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핸콕의 능력과 버무려 러닝타임을 채워간다(영화가 짧아서 다행이다). 이렇듯 핸콕은 처음부터 핸콕의영웅놀이에 카메라를 대지 않는다.그것은 그저 남과는 다른 한 인간(?)의 일상일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 핸콕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거다. 블록버스터영화 핸콕은 의외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하는 영화다. 그 메시지를 잘 전달했는가 아닌가는 관객개개인의 문제다. 우리는 브라이언싱어감독의 블록버스터수작 엑스맨을 기억하고 있다. 돌연변이들은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으로 부터 소외당하고 자신의정체성에 고심한다. 영화 핸콕은 엑스맨의 돌연변이들과 일맥상통하는 캐릭터다. 핸콕은 겉으로는 까칠하고 귀찮아하고 인간들과 융합되지 못하지만, PR매니저인 레이를 알게되자 인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고, 인간화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것은 매리(샤를리즈테론)도 마찬가지다.(왜그런가는 영화속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다, 영화중후반까지 소소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며 괜찮은 작품으로 발돋음할때즈음 핸콕은 스스로 '다른이야기'를 꺼낸다.앞의 소소한 전개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것이 사건이 발단이 되버린것이다.관객은 독특한 수퍼히어로영웅만으로도 꽤나 만족하는데도 영화제작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사고를 치면서 영화의 색이 반감된다.
어쨌든, 영화 핸콕은 인간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히어로의 일상을 그린 영화지만, 아쉽게도 블록버스터액션을 버리고 선택한 드라마가 생각보다는 탄탄하지 못한것은 아쉽다. 그것은 감독 피터버그의몫으로 남는다. 핸콕은 기존의 블록버스터처럼 롤러코스터같은 재미를 선사하지는 않을뿐만 아니라 그러려고 하지도 않는 영화다. 영화내내 존파웰의 음악은 영화가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고 부드럽게 흐를수있도록 조절해준다. 하지만, 존파웰의 음악이 두드러지는건 또 아니다. 핸콕은 블록버스터답지 않는 블록버스터지만, 분명히 독특한 히어로물이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괜찮은 영화다. 그 길의 끝은 결국 보통 히어로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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