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는 오프닝시작부터 바쁘다.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내용들이 오프닝에 압축되어 있다. 2003년의 실패작 헐크와 5년만에 돌아온 헐크가 다르다는 얘기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오프닝 크레딧에 꾸역꾸역 채워넣는다. 얼핏봐도 애지간한 영화같으면 긴 시간을 할애해서 oo씬으로 탄생했을 법한 내용도 빠르게 움직이는 오프닝씬에 담아버린것이다. 이미 이 부분에서 감독의 의도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이번 헐크가 어떤 헐크에 대해서 구구절절한 설명과 이해보다는 다른것으로 승부를 걸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감독인 루이스는 이번 헐크를 끊임없는 롤러코스터같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말을 한 인터뷰에서 한 적이 있는데, 프랑스출신의 이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것,자신이 담고 싶은것을 담아냈다.
하지만 헐크가 단순히 액션만 난무하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헐크의 캐릭터 자체가 재조정되었다고 보면 될 듯 한데, 그것은 바로 비현실적인 녹색영웅에서 현실적인 회색영웅으로 돌아왔다는 것.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는 2003년 이안감독의 헐크보다는 훨씬 현실적으로 돌아왔다. 몸집에 말도 안되게 거대하지 않고 사람의 키보다 좀 더 클뿐이며, 온갖무기에 방어는 하면서도 힘들어하고 지칠뿐만 아니라, 최강의 어보미네이션에게는 급기야 녹색피를 흘리며 다치기까지 할 정도다. 전혀 연민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던 전편의 녹색괴물에 비하면 이번 새로운 헐크는 굉장히 인간적인것이다. 전작이 원작만화에 충실했다면 이번 인크레더블헐크는 오히려 70년대 TV시리즈의 두얼굴의 사나이에 가깝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어쨌건 이런 현실적인 면은 관객과 헐크가 갖고 있던 이질감을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고, 성공했다고 본다.
이런 현실적인 헐크의 탄생에는 역시나 에드워드노튼이 있다. 전혀 헐크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던 에드워드 노튼은 완벽하게 브루스배너가 되어 있었다.물론 영화가 철저하게 액션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의 빛나는 연기력을 발휘할 기회는 없었지만, 에드워드노튼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영화속에서 상당하다는것을 영화내내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인크레더블 헐크는 전작보다 훨씬 재밌는 영화로 부활했고, 블록버스터의 책임을 다하는 영화로 돌아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거 같다.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는 재밌다. 이런 영화적재미를 갖춘 헐크가 부활했다는 것만으로 감독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야할 것이다. 기억속에서 완전히 잊혀질뻔했던 마블의 녹색영웅을 이제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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