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가 함께하는 판타지 여행... ★★★
영화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다. 따라서 판타지라는 장르가 독자적으로 존재해야 되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모든 걸 포괄하는 개념은 어느 하나도 정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독자 생존이 가능한 장르라고 인정해줄 만하다.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광의의 판타지가 아닌 협의의 판타지 장르 영화가 꾸준히 제작, 상영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도 있다. 관람등급을 떠나 <반지의 제왕> <킹콩> <판의 미로>가 전자에 속한다면, <나니아 연대기> <황금나침반> <에라곤>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는 후자의 영역에 속하는 즉, 아동 판타지물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왠지 성장영화와 판타지를 결합한 듯한 느낌. 물론 두 영화는 전혀 다르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가 아련한 성장의 아픔을 판타지 속에 녹여 낸 수작이라면,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아동 활극이 강조된 디즈니 풍의 아동 판타지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쌍둥이 형제인 자레드와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 그리고 누나 말로리(사라 볼거) 등 그레이스가의 삼 남매는 엄마를 따라 이모할머니가 살았던 오래된 시골 저택으로 이사한다. 얌전한 사이먼과 달리 호기심이 많은 자레드는 낡은 집에서 그의 증조할아버지뻘인 아더 스파이더위크(데이비드 스트레이덤)가 생전에 집필한 <스파이더위크의 요정도감>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이 책은 저택 주변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요정들에 대해 (그들을 각각 죽일 수 있는 법까지) 세세히 기록한 것이다. 책 겉장에 쓰여 있는 경고를 거부하고 책을 읽은 자레드는 모든 요정을 파괴할 힘을 지닌 악한 요정 멀그래스(닉 놀테)에게 비밀을 들키고 만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용기 있는 소년 자레드가 또 다른 요정 보거트(마틴 쇼트), 호그스퀼(세스 로건) 그리고 사이먼, 누나 말로리, 엄마와 힘을 합쳐 멀그래스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 아동 판타지라는 점은 대표적으로 두목인 오우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악당의 부하들이 그다지 무섭지 않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봤던 두꺼비의 외모에 대한 꺼림칙함이 외화된 모습이랄까. 어찌 보면 귀엽게 보이는 괴물들은 능히 상대할 만한 자신감을 심어주며, 고작 토마토케첩으로 퇴치가 가능한 존재들이다. 한편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판타지라는 점은 성인(어머니)도 아이들의 판타지에 동참, 전투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내 예측과 완전히 빗나간 부분이기도 한데, 내 예측은 이랬다.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오기 전에 삼남매가 격렬한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고, 뒤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는 어질러진 집안을 보며 삼남매를 혼낸다. 그럼에도 전투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삼남매는 훌쩍 성장해(특히 자레드) 엄마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내용이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상이라는 식의 좀 더 풍부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다만, 여전히 식상하기는 하다.
※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요정 보거트와 하늘을 나는 애완동물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다. 해리 포터에 자주 등장하는 보거트라는 요정은 자신이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존재-해리 앞에선 디멘터, 론 앞에선 거미-로 나타난다. 그리고 독수리와 말을 합쳐 놓은 괴물은 히포그리프로 ‘벅빅’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처음 등장한다. 시리우스와 함께 지내는 벅빅은 소설의 마지막 권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최후의 전쟁에도 참여해 볼드모트 측 거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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