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 우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아주 시니컬한 영화다.
진심은 결국 통하게 마련이며 참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
라는 우리 모두가 거의 진리라고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감독과 배우가 한 목소리로 비꼰다... 쳇 말이야 쉽지.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자살을 계획하던 린이 셀비를 만나
다시 삶에 대한 애착을 회복하는 전개부분까지 이 영화는
따뜻한 휴먼 다큐멘타리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가냘픈 외모의 쉘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린을 매춘과 살인으로 내모는 악덕 포주로 변신해 린의 모든 것을 착취하고
커다란 덩치에 선머슴 같은 린은 셀비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셀비를 향한 린의 사랑은 거의 모성애처럼 절대적이다.
린의 감정의 순수함과, 살해당한 희생자들의 비도덕성 때문에 영화 속에서 린의 범죄는
전혀 죄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은신처에 앉아서 린이 벌어오는 돈의 출처를 짐작하면서도 가책없이 받아 쓰는
셀비의 천진한 눈빛이 냉혹한 악마의 그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법이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린은 무려 6명을 살해한 살해범이며
셀비는 타락한 창녀 린의 꼬드김에 빠져 끌려다닌 어리숙한 여학생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도피행각이 꼬리를 밟힐 무렵, 셀비는 아주 영리하게
악덕 포주에서 다시 어리숙한 여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모든 죄의 책임을 자기가 다 지려는 린의 값진 희생을 셀비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법정에 서서 아주 침착하게 린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영화 내내 짐승처럼 처참하고 울부짖고 있는 것은 린이다.
그들의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마지막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던 순간까지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내내 고통스럽게 울고 있다.
그녀의 숭고한 희생이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서는 전혀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 값진 희생의 대상이 되는 셀비의 비열함과 뻔뻔함이 희생을 감수하는 린을 바보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린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은 결국은 린 혼자만의 것이었고
그것은 셀비의 무참한 배신으로 보상을 받는다.
사랑이란 늘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 것이다.
린이 사형을 당할 때까지의 약 6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그 둘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간 사랑과 믿음에 대한 아주 우울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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