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영화의 소재 고갈은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게임, 만화, 리메이크, 소설, 속편제작등의 형태로 블록버스터는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멀게는 터미네이터3 부터 가깝게는 람보4, 록키 발보아, 다이하드4.0 까지
할리우드는 한시대를 주름잡던 영웅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있는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이들중 바로 속편 대열에 포함된 어드벤쳐물의 고전이다.
메인 테마음악과 함께 중절모에 채찍을 휘두르는 인디의 귀환을 바라 보는 마음은 무척 흐뭇했다.
물론 나이때문인지 살짝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전만큼 날렵함이 덜하지만
위기 상황에도 특유의 재치와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가진 인디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또 레이더스에 등장한 카렌 알렌을 다시보는 기쁨이나 51번 구역에 있는 성궤의 모습이 살짝
비춰지는 부분도 시리즈의 골수 팬들에겐 작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007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보물찾아 모험떠나는 인디아나 존스에도
맞서싸울 '악당' 이 꼭 필요한데 지금 보면 철지난 이야기지만 나치 독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소련이 등장했다. 덕분에 영화는 초반 적잖은 시간을
미국의 반공주의 광풍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이는 전작들과 시대적 배경이 바뀌었음을 알리고 새로운 안티 히어로를 내세우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면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정치성도 들어가 있기는 하다.
감독과 제작자가 밝혔지만 50년대는 핵과 공산주의의 확대에 대한 공포가 미국을 뒤덮던 시기였고
때마침 등장한 매카시즘으로 멀쩡한 미국 시민들이 '빨갱이' 로 내몰리는 비극이 연출되었다.
그런 시대에 대한 일종의 씁쓸한 반성이랄까...
영화는 아주 진지하지는 않지만 당시의 반공주의 광풍을 한번 짚고 넘어간다.
공산당을 싫어하는 주인공이 매카시즘에 휘말려 교수자리를 내놓고 쫓겨나는 부분이 그런 식이다.
어쨌거나!
시대 상황에 대한 감독의 회상이 이런 식이라면 더 중요한건 이 '실용주의 고고학자' 께서
이번에 어디로 무슨 모험을 떠나며 그 여정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있다.
마야 문명의 유물을 찾아 또 한편으론 잃었던 사랑과 가족애라는 것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
양념처럼 믿었던 이의 배신과 악당들과의 밀고 당기는 대결까지
덩치큰 규모에다 아기자기한 재미를 잃지 않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매력적인 오락영화다.
물론 인디가 자리를 비운사이 할리우드는 '미이라'나 '툼레이더' '내셔널 트레져' 같은 모험영화를 내놓았지만
개성있는 캐릭터가 살아숨쉬는 인디아나 존스의 매력만 할까 싶다.
최근의 모험영화들 처럼 웅장한 스케일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떡칠을 한 액션보다는
아직도 맨주먹에 채찍 휘두르고 얻어터져 가며 온몸던져 연기하는 우리의 해리슨 포드는
근래의 모험 액션물들이 보여줄 수 없는 그만의 미덕을 가진다.
음... 근데 난 이 영화에 별 다섯까지 주기는 조금 망설여지는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역시 결말에 이르면 여타 블록버스터와 마찬 가지로 다소 구태의연한
해피엔딩 방식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무지 멋있는 용그림을 그렸는데 마지막에 눈을 그리지 못한 느낌을 주는 그런 블록버스터가
이번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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