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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는 대부분 실화이면서, 피튀기는 장면과 총질해대는 장면이 난무하고, 주인공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전쟁 영화는 대체로 따분하다. 내가 직접 전투에 뛰어 들어 사느냐 죽느냐로 총질을 해 대는 것도 아니고, 남이 싸우는 것, 그것도 오래 전에 그랬던 것을 다시 곱씹어서 보여주는 것이 그리 신나고 재미 있다고 할수는 없다. 어른들 세대야 향수를 느끼실수도 있을테지만 지금의 20대, 30대들은 곱게 자라 전쟁이란걸 몸소 체험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게 전쟁 영화다. 게다가 총질로 인해서 피가 튀기고 몸이 불타고... 그런 장면 정도야 처음에는 놀라지만 계속 해서 그런 장면의 연속이면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기 마련이다. 요즘들어 미국에서는 테러의 영향 때문인지 특히 전쟁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위워 솔저스는 전형적인 전쟁 영화다. 그러나 그다지 전형적이지는 않다. 위워 솔저스는 전쟁영화이지만 몇가지의 변주를 사용하여 식상한 전쟁 영화를 훌륭하게 요리해 낸다.
미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공수부대를 파견 공습 시험전을 펼친다. 그리고 전투 책임을 할 무어 중령에게 맡긴다. 무어 중령은 전투 경험이 전무한 어린 부하들을 이끌고 아이드랑 계곡의 X-RAY지역에 헬기 고공침투를 시작한다. 그러나 상대는 베트남의 정예요원. 게다가 아군보다 머릿수가 훨씬 많다. 사람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어 가고... 치열한 전투 현장인 것을 알면서도 전쟁 리포터인 조는 카메라 하나를 달랑 손에 든채 적지로 뛰어 든다. 그러나 그곳은 살육의 현장... 결국 카메라를 총으로 바꿔 들고 그 장소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총을 든 군인이 되는 조... 미군이 점점 밀리기 시작하자 무어 중령은 브로큰 애로우를 선언하고, 아군이고 적군이고 모두 화염에 휩쓸려 죽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 장면은 어떤 전쟁 영화나 마찬가지. 다른 점이라면 베트남의 험준한 협곡을 잘 표현해서 웅장하고 더 실감 나게 만들었다는 정도일까? 그러나 이 영화가 훌륭한 변주를 해 냈다고 느낀 부분은 다른데 있다. 일단 위워 솔저스는 전쟁 영화지만 인간 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 베트남 전쟁터의 어느 이름 모를 군사의 일기장을 주워 그 군사의 아내에게 보내주는 모습. 그리고 그 수많은 자신의 부하들의 죽음을 일일이 애도하고, 슬퍼하는 모습. 부하들이 한명이라도 남아 있는한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모습의 인간적인 할무어의 모습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특히 전쟁터로 나가는 남편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섬세하게 잘 잡았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의 평화롭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한 파티의 분위기. 울려 퍼지는 'kiss me~ kiss me~'라는 노랫 가사는 앉아 있는 관객을 모두 영화속의 부인으로, 남편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여 한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전사한 군인들에게 오는 전사 통지서를 전해 주는 무어 부인, 그리고 수많은 아내들의 모습은 진정 아름답고도 안타까웠다. 그렇게 화면에서 눈물 흘리고 아파하는 사람들 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남편을 잃은 슬픔에 그렇게 눈물을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이 죽은것을 부인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 베트남 쪽 진지의 이야기도 같이 전개해 이야기에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결국은 주인공은 죽지 않고 미국도 승리 해서 그 나물에 그 나물 처럼 되어 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적진의 모습을 간간히 비추어 베트남 대장도 결국은 할무어와 같이 이기기를 바라고, 전사자가 없기를 바라는 평범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라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나의 눈에 비친 위워 솔저스는 전쟁과 사랑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던 전쟁.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별로 몸에 와 닿아 하지 않는 전쟁. 영화를 볼 당시는 잠시 생각해 보지만 2시간 남짓의 영화가 끝나면 오늘 재미있는 거 하나 봤다면서 탁탁 털고 나오면 그만인 우스운,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전쟁. '전쟁' 이라는 소재는 그렇게 쉽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적군의 시각이 되는가, 아군의 시각이 되는가에 따라서 같은 전투라도 180도로 달라 질 수 있는 것이 전쟁 영화이다. 만약 이 영화를 베트남 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베트남의 어느 이름 모를 장군이 주인공이 되어 인간적인 모습을 흩뿌리며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지 않을까?
위워 솔저스에 대한 어느 혹독한 영화평을 본적이 있다. 영화에는 그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생생한 전투 장면이 있을 뿐이다, 전사 통지서의 배달, 그밖에도 여러가지 영화적 요소들은 너무나도 감상적이라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한다 등의 비판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꼭 그렇게 비틀어서 색안경을 낄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한다. 전쟁 영화라고 해서 총만 다다다다 쏘다가 전사하고 끝나는게 전쟁 영화가 아니다. 전쟁 영화라도 충분히 그에 따른 감상적 요소를 (그것이 과대 포장이 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충분히 살릴 수 있어야 진정한 전쟁 영화라고 생각한다. 확실 한것은 위워 솔저스는 절대로 멜로 영화로 비꼬아 버릴 만한 아류작이 아니란 것이다.
'그들은 이 전쟁에서 정치나 국가를 위해서 싸운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 서로를 위해서 싸웠다' 라고 그 당시를 회상하는 종군 기자 조의 말처럼 전쟁은 종국에는 왜 싸우는지에 대한 목표도 없이 그저 눈앞에 있는 사람을 하나라도 더 죽이기 위한 아귀 다툼의 현장이 되어 버린다. 다시는 이러한 살육의 현장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헐리우드는 계속 해서 전쟁 영화를 찍어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p.s www.freechal.com/game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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