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에 봤던 나니아연대기는 분명 모든관객층이 만족하기엔 갭이 많은 영화였다.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긴했지만, '나니아연대기'를 보기전 하나같던 관객들은 이미 영화를 본후 갈래갈래 찢어졌다.최고의 판타지라는 찬사부터 유치한동심의 판타지까지 그 격차는 심하게 벌어졌을거라고 생각했다.나역시 순수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애꿎은 디즈니만 욕하면서 한계가 보이는 판타지에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었다. 시간이 흘렀고, 모든것이 변했다. 영화상으로는 1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나니아의 시간으로는 1000년이 넘었고, 우리시간으로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원작을 꽤나 충실히 따르지 않는 '나니아연대기' 두번째 이야기 '캐스피안왕자' 색다른 시도를 단행했다.
영화는 우선 전편의 나니아연대기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스토리상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고 페허가된 나니아라는 시공간적설명이 있긴해도 관객들은 이번 영화가 시작부터 전편과는 좀 다를거라는걸 느낌으로 안다. 그만큼 이번 캐스피안왕자는 구구절절한 묘사와 동화같은 터치는 생략한다. 복잡한 인물간의 관계는 개개인의 영화분석능력에 맡겨버리고(물론 짧고 굵게 빠르게 상황설명은 다해준다) 곧바로 스펙타클한(?) 전투신에 들어간다.
앤드류애덤슨감독은 나니아연대기 전편이 흥행에 성공하고도 어떤부분이 취약점인지 잘 알고 있었고,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계에서 업그레이드를 시키는데 성공한다. 전편이 스펙타클하면서도 너무 눈높이가 낮은 액션씬을 선보여 아쉬웠다는 평가를 이번 캐스피안왕자에서 대대적으로 뜯어고친것은 인상깊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캐스피안왕자도 '디즈니궤도'를 이탈하지는 못한다.(이탈해서도 안될것이고) 전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되고 괜찮은 장면으로 영화를 꽉꽉눌러채우지만 이 역시 영화팬들의 맘에 100% 꼭 드는 영상은 아닐것이다.하지만 노력이 가상하고, 흔적이 보인다.
그러면 캐스피안왕자는 전편보다 나아진걸까?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않다. 캐스피안왕자는 전편의 취약점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면서 전편이 가진 영화적 완성도를 어느정도 버렸다. 정통 판타지취향을 버린것이다.대신 스.펙.타.클한 전투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사실 스펙타클이라는 말은 이렇게 자주쓰면 안된다)얻는것이 있으면 잃는것도 있게 마련이다. 나니아연대기:캐스피안왕자는 얻는만큼 잃었다.아쉽지만, 이번 캐스피안왕자도 3편으로 넘어가는 디딤돌은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나니아연대기는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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