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을 의무 방어전 느낌으로 극장을 찾아 보곤 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삶의 비밀 하나를 들킨 건 같은 느낌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극장에서 킬킬 대며 웃으며 좋아한 영화는 처음이다.
무엇보다 파리 라는 낫선 공간에서 주인공 성남(김영호)의 어색해 하며 부딪치는 상황들에 감정이입이 된 듯하다.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 내 모습과 동일시되면서 감정은 배가 되었다.
날짜를 자막으로 사용하고 시도 때도 없는 나레이션으로 일기의 형식을 가진 점도 흥미로웠다.
촌절살인의 홍상수식 화법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새벽 서울에 있는 부인과 통화 도중 성남이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며
아내에게 자위를 부탁할 때 뜨끔했다. 마치 폰 섹스를 하다 누군가에게 들킨 느낌이었다.
유정(박은혜)이 성남에게 왜 잘 해주세요 라고 물을 때는
내게 그 말을 던진 그녀가 생각났다.
근데 유정은 정말 몰라서 그렇게 물어 본 걸까,,,
영화의 말미에 삽입된 성남의 꿈 장면은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다시한번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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