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연가'를 연출한 박대영 감독의 신작인 '허밍'은 표면적으로는 영혼의 불가사의한 존재를 그
리는 판타지 멜로영화로서 관객에게 선보인다고 하는데 만나보자.
준서(이천희)와 미연(한지혜)은 2000일 기념일을 앞둔 연인이다. 꽃다발 이벤트는 100일 기념일
에 했고 커플반지는 500일 기념일에 주고받았으며, 1000일 기념일에 풍선까지 깔아본 이들은 오
래된 연인이 그렇듯 감정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미연은 공부만 하는 남자친구의 건강이 걱정
돼 암벽등반 등의 세계로 그를 이끌지만, 그런 여자친구가 준서에게는 점점 부담스러웁게 느껴
진다. 기어이 준서는 미연과 잠시 떨어져 있을 요량으로 남극기지연구팀에 파견을 신청하고, 조
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만나기로 한 준서가 오지 않자 미연은 그에게 줄 선물
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달리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 빠진 준서
에게 미연은 여전한 모습으로 찾아와 2000일 기념일이 언제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곧 그녀의 사
고소식을 접한 준서는 아침에 만난 미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람이나 사물은 가까이에 있을땐 그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자체를 잘 모른다. 없으면 외롭고,쓸
쓸하고,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있을때 잘하세요''늦기 전에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분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와 그로 인해 과거에 품었던 순수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어쩜 평범하면서도
식상한 이야기일수 있다. 특히 여자친구를 한창 사랑하던 시절,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하는 대
사가 지금 연인이 되어 알콩달콩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뭔가 모르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친구로 삼고 있는 싱글들에게는 더 없는 고문과 같은 속 뒤집어 놓는 대사일지도 모른다. 그냥
평범한 배경, 연기,스토리라고 느껴진 영화 '허밍'. 그러나 다만 한가지 새삼스레 머리속에 각인
시켜 주는게 있다.. '때 늦은 후회해봐도 소용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