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애인과 사랑에 빠지는 난감하지만 미소가 떠오르는 로맨스....
지역 신문에 가정 상담 칼럼을 기고하는 댄(스티브 카렐)은 사별 후 홀로 세 딸을 키우고 있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댄은 동네 서점에 신문을 사러 갔다가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나 대화를 하고,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감추질 못한다. 그런데 그런 마리가 동생 미치(데인 쿡)가 데리고 온 여자 친구라니. 둘은 만났던 일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약속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상대방의 모습은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만 키워놓는다.
동생의 애인을 사랑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한 남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 <댄 인 러브>는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영화긴 하다. 오히려 관전 포인트는 3남 1녀와 여러 명의 조카들이 우글거리는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것인가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 저런 가족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이 가족들은 너무도 적당한 순간에 적당한 노래와 춤, 게임으로 적당하게 둘의 접촉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 준다. 무슨 얘기냐면, 항상 웃음과 얘기꺼리를 입에 달고 사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조금은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게 이 정도로 구성된 가족들이 모여 있으면 아웃사이더 성향의 청소년도 있기 마련인데, 아버지 때문에 불만투성이인 두 딸도 가족들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걸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유도 모른 채 애인과 헤어져 심란한 미치를 달래기 위해 가족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게 한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나라면 이런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상당히 고역일 듯)
가족뿐만이 아니라, 댄과 마리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의도적으로 짜여진 설정인 듯했는데, 서점에서의 만남이야 그렇다 치지만, 댄을 욕실로 몰아넣고 어쩔 수 없이 알몸의 마리와 같이 있도록 만든 상황이라든가, 동생과 헤어진 마리와 볼링장에서 키스하다가 가족들에게 들키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얘기의 전개를 미리 짜두고 거기에 맞는 에피소드를 억지로 맞춰 넣은 듯한 느낌???(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설마 했는데,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신기하게)
작위적 상황 설정을 하나만 더 말하자면, 댄의 엄마가 루디(에밀리 블런트-처음에 누군가 했다)가 댄에게 관심 있어 한다며 얘기를 꺼내고, 미치 커플과 함께 넷이서 더블 데이트를 즐길 때, 이거 혹시 나중에 스와핑 하기 위한 상대 아닌가 했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했다든가, <댄 인 러브>처럼 동생의 애인을 사랑하는 영화의 경우, 대게 헤어진 친구나 동생에게 바로 애인을 만들어 주기 마련이다. 이건 영화 속 주인공을 위한 배려보다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느낄 불편함 또는 공동의 죄의식을 덮어주기 위한 배려 차원으로 이해는 된다. 너무 전형적이긴 해도.
작위적이고 전형적인 상황 설정이 많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 할 여러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매우 귀여운 영화이며, 마지막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특히 댄과 마리를 맡은 스티브 카렐과 줄리엣 비노쉬로 인해 영화는 더욱 빛을 발한다. 코미디언이면서도 코미디적 감각을 오히려 자제하고 진지함으로 일관하는 스티브 카렐의 연기와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줄리엣 비노쉬의 자연스러움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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