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하는 어머니, 락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나 작곡과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들. 당연히 이들의 조합에서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음악이 인상적인 영화다.
장르 간에 크로스 오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그것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설정은 발레리나와 비보이의 사랑을 그린 ‘스탭업’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역시 음악 쪽이 좀 더 임팩트가 강하다. 첼로의 선율 위에 전자기타와 드럼을 쌓고, 그 위에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는 환상적이다.
여기에 크리스마스의 달인 12월을 맞아 눈 맞은 젊은 남녀의 이야기에, 11년 만에 가족의 재회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겨울 영화로는 딱이다.
문제는 영화 전반에 담겨 있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다. 주인공인 에반(어거스트)은 온 세상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음악을 통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모들과 ‘연결’되어 있고, 음악은 그들 세 사람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우연들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마치 인격을 가진 어떤 존재가(흔히 서양에서 시와 노래의 영감을 준다는 요정인 ‘뮤즈’를 떠올리게 한다) 의식적으로 그들을 불러 모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에반은 그 소리를 악보와 악기로 옮기고, 라일라와 루이스는 그 소리에 이끌려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중 위저드가 ‘음악은 신의 언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시각은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사실 영화는 우연에 우연으로 이어지다가 끝나고 있음에도 그다지 유치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연을 우연이 아닌 것으로 만드는 힘이 어떤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음악 자체에 있고, 자연에 있고,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어떤 영감에 있다고 주장하는데서 자연주의적 세계관은 기독교 세계관과 다른 궤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믿기에, 자연은 그 자체로 신성한 무엇이 아니며, 그것을 신성하고 선하게 만드신 그분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런 다른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족의 회복이라는 선한 주제(비록 그것이 처음 만난 남녀의 즉흥적인 관계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요소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를 다루고 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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