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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거운 성찰적 메시지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시각과 '람보'처럼 시원하게 총을 갈겨대면서 전쟁을 액션영화의 좋은 소재로 삼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전쟁영화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후자쪽에 더 가까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소재가 가져다주는 화면속에서의 다이나믹한 장면들은 영화를 통한 기분전환이라는 시원함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영화의 이분법적인 시각도 이미 변화를 보였음을 우린 최근의 전쟁영화를 통해서 엿볼수 있다. 수준이 높아진 관객의 욕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젠 관객들은 전쟁영화를 통해서 재미 이상의 그 무엇을 얻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위 워 솔져스'도 이러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치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맛있게 잘 비빈 비빔밥처럼 감동과 재미를 잘 버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부터 시작되어 '블랙 호크 다운'까지 요즘의 전쟁영화라면 빼놓을수 없는 사실적인 전투씬은 거기에 덧붙여진 양념이다. 이젠 마치 전쟁터에 있는듯한 실감나는 분위기가 아니면 더 이상 전쟁영화를 만들 엄두를 못낼지도 모르겠다.
'위 워 솔져스'는 월남전이 전면전으로 전개되기전 헬기 공습 시험전투를 벌인 할 무어(멜 깁슨) 중령부대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특히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되었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겼기에 그 사실감은 영화속에 잘 투영되고 있다.
이렇듯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미국인들에게는 실패한 전쟁이었던 월남전을 새삼스럽게 끄집어내는 이유가 뭔지, 많은 전쟁영화에서 소재가 되었던 월남전이 아직도 영화화 할 꺼리가 남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물론 전쟁 자체에 비중이 높긴 하지만, 할 무어 중령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많은 컷으로 삼고있다. 또한 비록 미국이 월남전에서 실패했다지만, 이 영화속에 할 무어 중령 부대는 전술과 작전의 성공으로 승리한 전투를 담고있다. (여기서 반미 감정이 있는 사람들은 '또 헐리우드 영웅주의냐?'라면서 심사가 뒤틀릴지도 모르겠지만 참아라.) 그리고 필자에게는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축축한 정글의 월남전이 아닌 험준한 산악지대라는 배경과 72시간동안 한 장소에서 일어났던 전투를 담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렇듯 '위 워 솔져스'는 월남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이면서도 그 차별화를 보여주려 하고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월맹군에게 실패한 프랑스 군인을 잠시 보여준 이후, 영화는 잠시 할 무어 중령 가족을 화면에 잡으면서 전쟁장면을 갈망(?)하는 관객들을 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새 우리는 처절하고도 치열한 전장에 와있는듯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니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할 무어 중령은 과거 실패한 프랑스군을 거울삼아 전투에 임하는 뛰어난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숫적 열세와 헬기를 통해서만이 빠져나갈수 있는 포위된 전장에서 전세를 뒤집으리라고는 월남 미군사령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할 무어 중령이 주인공이라고는 하더라도 전장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멜 깁슨의 매력을 확인하고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라면 그를 볼 수는 있으나 치열한 전투현장에서 그를 자세히 주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영화는 끝을 맺으면서 적군과 아군의 대립이 아닌 전쟁의 참상과 한 장교의 지략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다. 할 무어 중령이 전사한 아군 부하장교 부인과 적군 병사 애인에게 동시에 편지를 보내는 장면을 볼때 진정으로 제목처럼 '우리는 군인이었다'를 외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 나올땐 적어도 한 개인의 영웅담(영웅담인지는 모르겠지만)에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고 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위 워 솔져스'를 감독한 렌달 월레스의 경력을 보면 특이점이 하나 발견된다. 바로 제리 부룩하이머와 함께 '진주만'의 공동 제작자였다는 점이 특이하고, 더군다나 제리 부룩하이머는 리들리 스코트의 '블랙 호크 다운'의 제작에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진주만'을 제작했던 이유가 바로 차기 전쟁영화를 위한 준비는 아니었을까 필자 나름대로 상상해 본다.
그리고 영화에 보면 전투현장에 직접 참가한 종군기자도 볼 수 있다. 과연 내가 군인이 아닌 기자였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실로 그 기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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