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암울한 성장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블루칼라의 시인, 좌파영화의 십자군이라 불리는 유럽을 대표하는 좌파 감독 켄 로치. 2002년에 제작된 <달콤한 열 여섯>은 <케스>와 함께 켄 로치 감독이 만든 대표적인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열 여섯 생일을 얼마 앞둔 열 다섯 리암은 감옥에 있는 마약 중독자 엄마를 모시고 살 집을 장만하는 게 꿈이다. 영리하고 집요한 리암은 친구와 함께 엄마의 남자친구가 숨겨 놓은 마약을 훔쳐 팔며 나름 돈을 모은다. 그 돈으로 바닷가의 이동식 주택을 계약한 리암은 주택 구입 잔금도 구할 겸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사회 최하층인 리암이 큰 돈을 벌기 위해 고작 할 수 있는 건 큰 마약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뿐이다.
리암은 마약 조직원으로 인정도 받고, 승승장구하지만 그로 인해 단짝 친구 핀볼과는 사이가 벌어진다. 마약 조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칼을 들어야 했던(그러나 실행 직전에 멈춘) 리암은 이제 엄마와 함께 살 아파트를 얻기 위해 또 한 번 칼을 들어야 한다. 그것도 단짝 친구 핀볼을 대상으로. 그런데, 영화는 핀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보여주진 않는다. 전화로 리암은 핀볼을 처리했다고 하는데, 실제 처리한 것인지, 아니면 치료 후에 먼 곳으로 보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실제로 보여주기에는 너무 비참한 광경이라 편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어둡거나 암울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펄떡대는 현실의 힘이 느껴진다.(켄 로치 영화의 특징은 현실성을 위해 비전문 배우가 주로 출연한다는 점이고, 일부러 전체 시나리오나 향후 촬영 계획 등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펄떡대는 힘과 대비되어 리암의 삶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간다. 열 여섯 생일을 앞둔 소년이라니. 기껏해야 중3이나 고1에 불과한 리암에게 삶이란 이미 어머니, 누나, 그리고 조카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그득하다. 그는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한다. 출소를 앞둔 엄마를 위해 테이프에 음성을 녹음하는 리암의 목소리 뒤로 Pretenders의 I'll Stand By You가 흐르며, 마약을 파는 리암의 모습이 비춘다.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하는 리암이지만, 리암을 지켜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도 자신을 지킬 줄 모른다. 리암 앞에 놓인 길은 파국을 향해 치달을 뿐이다. 그것이 지금 오는지, 아니면 늦게 오는지는 중요치 않다. 파국을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프롤레타리아의 삶인 것이다. 과연 탈출구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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