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스릴러.... 우리동네
ldk209 2008-03-07 오후 5:54:27 1716   [8]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스릴러....

 

추리소설가인 경주(오만석)는 요즘 살인충동을 느끼는 일이 많다. 출판사 편집장은 경주를 무시하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고, 거리의 폭주족들은 그에게 소화기 분말을 쏘아댄다. 경주의 살기는 동네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딛고 드러난다. 어느 날 밀려드는 살인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경주는 집주인을 살인한 뒤,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하여 시체를 전시한다. 경주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자 형사인 재신(이선균)은 새로운 살인사건을 모방범죄가 아닌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한편, 경주와 재신 말고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문구점을 경영하는 효이(류덕환)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 있지만, 소년 같은 얼굴 이면에 잔혹한 살인본성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형사와 연쇄살인범, 그리고 모방범죄자를 한 동네에 밀어넣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들의 숨겨진 관계를 추적한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우리동네>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니라는 사실엔 일단 안도가 된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동네를 찾기는 정말 힘들 것이란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힘이 빠진다. 물론 당연하게도 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들겠지만(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일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세 명-경주, 재신, 효이-의 관계는 너무 꼬이고 꼬였다. 뭔가 살인을 극적으로 포장하려는 도구를 과거 이 셋의 인연에서 찾다보니, 이 셋은 너무도 작은 세상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만 생긱해봐도, 이 영화엔 너무나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대체 사람이 살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영화의 경주처럼 사람들도 살아가면서 많은 살의를 느끼게 된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살의 중에서 10%만이라도 실제 살인으로 연결된다면 아마 인간 사회 자체가 붕괴할 것이다. 어쨌거나 거의 대부분, 아마도 99%쯤 되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살인과는 관계 없는 삶을 살 것이고, 실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사람들 중의 많은 수도 과실에 의한 살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동네>의 주요인물 세 명 중 효이는 그렇다치고, 나머지 두 명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의 끔찍한 살인을 잊고 지낸다.

 

한 명은 과실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의 아버지를 죽였고, 그로 인해 더욱 궁지로 몰리게 된 친구는 빚쟁이를 찾아가 죽인다. 그런데 이 둘은 그 이후로도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같은 동네에서 성장한다. 100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 처참한 살인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지낸다는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잊을 수 있다 쳐도, 효이에 의한 연쇄 살인-피해자들을 줄로 묶어 전시해 놓는 독특한 방법으로 이미 과거에 살인을 저지른 당사자가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까지 얘기가 진행되면, 분노를 주체 못해 사람을 죽인 어린 고등학생이 울면서 왜 그런 식의 이상한 방법으로 시체를 전시했는지까지 의문은 더욱 확장된다. 물론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 결함이긴 하지만, 셋의 꼬이고 꼬인 과거사에 비하면 그나마 봐줄만하다. 셋의 꼬인 과거는 현재 효이가 저지르고 있는 연쇄 살인을 경주, 재신과 연결지으려는 무리한 시도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경주, 재신의 살인과 효이의 살인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사건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효이가 경주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선생님에게 인정 받고 싶었다는 둥의 설을 푸는 장면들, 거기에 마지막의 그 비장한 최후는 이 영화를 어쩌면 한 편의 코미디로 기억하게 할 지도 모르겠다.

 


(총 0명 참여)
1


우리동네(2007)
제작사 : (주)오브젝트필름, (주)모티브시네마 / 배급사 : (주)시네마서비스, CJ 엔터테인먼트(주)
공식홈페이지 : http://wooritown2007.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7111 [우리동네] 다 쳐죽여라! (5) anon13 09.11.11 1376 0
66197 [우리동네] 세 명의 배우, 그리고 중심 qorqhdk 08.03.13 1907 6
현재 [우리동네]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스릴러.... ldk209 08.03.07 1716 8
65036 [우리동네] 우리동네 (3) qhfka6988 08.02.10 2066 3
65000 [우리동네] 우리동네 (3) woomai 08.02.09 1989 2
64889 [우리동네] 범인을 알고 보는 재미? (3) shemlove 08.02.07 2013 2
64009 [우리동네] 싸이코!! 약간 부족해요 (1) ehrose 08.01.19 2105 6
63233 [우리동네] 이 영화가 류덕환을 위한 영화라고? 퉤! (1) dbwkck35 08.01.08 1852 7
62108 [우리동네] 류덕환의, 류덕환을 위한, 류덕환에 의한 우리동네 (2) madboy3 07.12.30 1434 10
61665 [우리동네] 세븐데이즈를 먼저 보지 말았어야했다. (1) mchh 07.12.23 2721 1
61494 [우리동네] 우리동네를 보고나서.. (1) sura27 07.12.15 1922 13
61490 [우리동네] 왠지 억지설정이 느껴진다. (1) ex2line 07.12.15 1727 7
61433 [우리동네] 우리동네를 보고 (1) vnf78 07.12.13 1773 11
61430 [우리동네] 기대 이하.....--;; (1) smlkt 07.12.13 1595 7
61371 [우리동네] d (1) ehowlzh44 07.12.11 1734 3
61313 [우리동네] 기대 이하!!! (1) barryma3 07.12.08 1659 9
61303 [우리동네] 재밌는영화.. (1) huyongman 07.12.08 1952 12
61207 [우리동네] 괜찮은 스릴러 (1) remon2053 07.12.04 1502 4
61190 [우리동네] [미카엘/우리동네] 상상과 실행의 차이 (2) soda0035 07.12.03 1951 10
61173 [우리동네] 잔.인 (1) guswnxk 07.12.02 1451 4
61137 [우리동네] 미친 살인마들의 영화. (1) seekerjin 07.12.01 1825 9
61126 [우리동네]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워지는 영화. (1) jwsm01 07.12.01 1603 5
61124 [우리동네] 빼어난 연기력이 모든걸 커버한다 (1) volra 07.12.01 1420 3
61122 [우리동네] 살인자.모방범.경찰.그들의 복잡미묘한 비밀과 진실들. (1) maymight 07.11.30 1545 7
61109 [우리동네] 기대를 너무 많이한 죄.. (1) teddy1004 07.11.30 1558 10
61104 [우리동네] 오만석,류덕환,이선균 이 영화에 잘 어울려요'' (1) writered 07.11.30 1756 3
61044 [우리동네] 넌 기교만 있지, 순수함이 없어! (8) notldam 07.11.27 26004 41
60924 [우리동네] 명분없는 살인속에 노래가사만 남았다!! (2) aho1981 07.11.23 2137 13
60920 [우리동네] 이미 다 알고있지만 무섭다! (1) powerdf 07.11.23 1597 6
60914 [우리동네] 다시 찾은 우리동네........ (1) jealousy 07.11.23 1676 7
60910 [우리동네] 스릴러물에 빠져서는 안될 긴장감, 반전 요소 (1) fornest 07.11.22 1787 11
60908 [우리동네] 시사회 기분 좋게 보고왔어요^^ (1) aron1223 07.11.22 1545 5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