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pig51
|
2002-04-13 오전 5:01:58 |
2928 |
[11] |
|
|
[복수는 나의 것]은 인간이 아수라(=Asura)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 라고 말하는 동진. "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 우리 누나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수 있어요. " 라고 말하는 류. " 걱정하지 마. 이건 착한 유괴야. 필요한 돈만 받고 아이를 돌려보낼꺼야. " 라고 말하는 영미. 그들이 처음부터 범죄자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하여 그들은 변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린, 모든 것을 잃어버린 동진과 류는 착한 본성을 포기하고 복수의 화신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이제 그들의 마음속에는 처절한 복수심만 남은 것이다. 본의 아니게 동진의 딸이 죽고, 류의 누나가 죄책감에 자살하지만 류와 영미는 자신들이 유괴범으로 규정된 사실을 피할수 없게 된다. 뒤늦게나마 "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 근데 우리가 그 애 죽인게 아니예요. " 라며 용서를 구하지만, 이미 피의 복수극은 서막에 돌입했고 이제 종막을 향한 과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해고된 직원이 자해할때 기겁을 하며 만류하던, 딸의 시체를 해부할때 눈 뜨고 지켜보지 못했던, 그렇게 나약했던 동진은 류의 누나를 해부할때 지루하다는듯이 하품하며 지켜본다. 전기 고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영미의 신음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퍼지는데도 표정 한번 변하지 않는 모습의 동진은 류가 어디에 있느냐고 질문만 한다. 류의 경우도 비슷하다. 야구 방망이 달랑~ 하나 들고, 장기 밀매단을 응징한다. 배팅 연습하는 기분으로 사람 머리를 때려부수고, 송곳으로 목을 찔러서 핏빛 분수를 일으킨다. 게다가 죽은 시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까지 누나 잃은 슬픔을 달랜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굳이 폭력으로 해결해야만 했는가? 그들이 선택할 것은 복수뿐이었는가? 이해와 용서가 복수심을 이겨낼수 없었단 말인가? 범인을 찾으면 어떻게 할꺼냐는 질문에 " 죽여야지~!! " 라는 대답을 서슴없이 말했던 그들은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한 악귀란 말인가...
아이가 죽은 사고는 자신의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라며 필사적으로 해명하는 영미, 비록 말로 표현할수 없지만 눈빛으로 아이의 죽음을 사과하는 류, 그러나 동진은 복수의 칼날을 거두지 않는다. " 너 착한 놈인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널 죽이는거 이해하지? " 동진은 이미 깨닫고 있다. 피의 복수극을 끝내는 방법은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어쩔수 없다는듯이 한숨을 내쉬며 류를 죽이고 만다. 그들이 보여준 복수극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영화 상영 2시간이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느라... 하지만 영화가 끝난뒤 기억에 남은 것은 잔혹한 복수와 짓밟힌 사랑뿐이었다. " 혹시 딸을 잃고, 누나를 잃은 동병상련의 슬픔을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진 않을까? " 라는 추측은 100% 빗나간채, 동진-류-영미-장기 밀매단 모두 죽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영화 제목 그대로 < 복수는 나의 것 >이었다. 복수는 그들의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복수는 나의 것] 결말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장기 밀매단은 류의 방망이에 죽고, 영미는 동진의 전기 고문에 죽으며, 류 또한 동진의 손에 죽는다. 그렇다면 동진이 살아남은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복수가 끝나는 것인가? 감독은 저멀리 사라져 가려는 복수를 다시 한번 불러낸다. 동진마저 죽여버림으로써 관객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럼 누구한테 죽느냐? 혹시 당신은 영미가 죽기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아저씨는 죽어. 죽고 싶지 않으면 날 그냥 두고 가요. " 적반하장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동진을 협박(?)하는 영미의 모습은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시도해보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동진을 죽인 사람들은 영미의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ㅡㅡa [복수는 나의 것] 결말에 대한 감독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 극중 말했던 대사(=위에서 언급한 영미의 말)가 거짓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만약 동진이 무사히 살아남았다면 영미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되는 것이고, 영미 캐릭터의 무게감이 가벼워지면서 비중 또한 줄어드는듯 해서 동진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 대충 이런 의미였다. < 종문이가 직접 질문하고 받아낸 답변임. ^^v > 캐릭터의 비중을 중요시 생각한 것은 그다지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영미의 대사 한마디가 결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은가? 결국 [복수는 나의 것]은 이런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칼로 흥한 자는 칼에 망한다. " 영화가 끝난뒤 느낀 공허함과 허탈함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허망할까? 죽을 놈은 죽고, 죽인 놈도 죽고, 죄 지은 사람은 전부 죽어서 죄값을 다 치루었는데도 무언가 남아있는 이 허전한 느낌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동진(@송강호), 류(@신하균), 영미(@배두나)에게 박수를~!! *^^* 송강호의 연기력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너무 잘 했거나 아니면 너무 못 했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물론 종문이는 전자의 경우를 말하고 있다. ^^v 슬픔을, 분노를, 좌절을, 절망을, 증오를,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아버지 동진. 동진을 연기한 송강호. 오랫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송강호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신하균 또한 송강호와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대사 한마디 없는 류의 생각을 보여줄수 있는 것은 오직 표정과 행동 연기뿐... 신하균은 자칫 어설프게 보일수 있었던 류의 캐릭터를 자기 자신처럼 표현했다. 누나를 잃고, 복수하는, 죽음을 당하는 류의 모습은 동진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같다는 것은 동진의 송강호와 맞먹을 정도로 연기를 잘 했다는 뜻이다. ^^a 앞으로 영화계를 이끌어갈 여자 배우 배두나. 솔직히 두 남자 배우와 비교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영화에서 봤던 배두나라고 생각하기에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든다. 맡은 배역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할까?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다. ^^!
ps) 종문이의 잡다한 생각들.. ^^;;;
1. 카메오 류승범의 등장 의미는? [복수는 나의 것]에는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가 많다. 라디오 DJ 이금희, 동진의 전처 남편 정재영, 중국집 배달원 류승완, 장애인 류승범 등... 여러 카메오 중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이는, 비중있게 보이는 인물은 류승범. 동진의 딸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류승범이고, 동진에게 딸의 목걸이를 결정적 단서로 제공한 사람도 류승범이다. 표현하기 힘든 역할을 맡은 류승범의 연기력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했다. 그런데 그는 단순히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필요한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감독의 또다른 의도가 담겨진 인물이었을까? 무엇인가 숨기는듯한 느낌을 풍기는 장애인 청년.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난다. 단순히 종문이 혼자만의 추측인지 감독의 의도가 있는지 알수가 없지만... ^^a
2. 어색했던 장면~!! * 죽은 딸의 영혼이 " 아빠, 나 수영 일찍 배워둘껄 그랬나봐. " 라고 말하며 동진 앞에 나타날때~ 딸을 안으면서부터 동진의 얼굴에 이런저런 감정이 표출된다. 유괴범에게 복수하겠다는 분노, 딸의 죽음을 막을수 없었던 무능력함. " 공포 영화도 아닌데 왠 유령? ㅡㅡa " 이라며 궁시렁궁시렁~ 했던 종문이는, 동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투덜거렸던 마음이 사라짐과 동시에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것은 송강호의 연기력이 유령을 등장시킨 어설픈 설정마저 압도할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리라... * 칼에 여러번 찔린 동진이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가슴에 붙은 종이를 읽어보려고 했을때~ 딸의 영혼 등장이 공포였다면, 죽어가던 동진의 행동은 코미디였다. ㅡㅡ;;; 당시 동진은 자기가 왜 죽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 물론 관객은 알고 있었지만~ ^^a ) " 으~ 내가 왜 죽어야 돼? 내 가슴에 붙여놓은게 뭐야? 이놈들은 도대체 누구야? " 이런 생각을 하며 종이를 읽어보려고 노력했던 모습은 종문이가 피식~ 웃음짓게 만들었다. 만약 가슴에 꽂힌 칼을 뽑으려고 했다면 그럭저럭 넘어갈수 있었겠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안간힘을 써서 종이를 읽어보려고 했던걸까? 한마디로 표현해서, " 어.처.구.니.가 없.는 장.면.이.었.다~!! " ㅡㅡv
3.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인간은 선과 악의 싸움에서 항상 선의 입장을 고수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쁜 짓 하지 말자~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라는 당연한 명제(?)과 함께 인간은 살아왔다. 그러나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 착하게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떠올리게 한다.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동진과 류. 내가 착하면, 남들도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자신이 착하게 살아가더라도, 다른 사람까지 그렇게 살진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선을 포기하고 악을 선택한다. 그렇게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선을 탓한다. " 난 착하게 살았어. 근데 왜 나한테 이러는거야? 너무 가혹한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악을 선택하게 되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 선(善)의 사랑으로 악(惡)의 복수심을 감싸주기가 그렇게 어려웠단 말인가...
|
|
|
1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