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는 표정을 한 그녀. 주노.
뒤뚱한 몸으로 불룩 나온 배를 잡고 있는 포스터.
처음엔 소재와 내용이 비슷한
우리나라의 제니주노 리메이크 작인줄 알았다.
이미 '제니주노'와 유사한 소재인데다, '주노'라는
이름 때문에 표절시비가 붙고 있지만.
10대들의 임신을 다룬 소재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설정이거니와.
주노라는 이름을 지은 데에 대한 영화속 설명이 나와 있고.
게다가 내용 전개상, 스타일상 등등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이라는 오해를 접어두기로 한다.
'주노'는 미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하이틴 영화와는
느낌이 다르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우리나라의 고딩들과는 다르게,
가벼운 소재, 장난스러운 말투, 자유로운 분위기,
호기심 작렬, 직설적이고 충동가득한 모습들이 보인다.
스치듯 생각나는건, 신데렐라 스토리, 프리키 프라이데이,
퀸카로 살아남는 법, 행운을 돌려줘, 브링잇온 등등.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판치는 단골 호러 장르와는 대비되게,
미국의 하이틴 영화들은 주로 명랑 유쾌한 영화들이 많다.
한국에선 분명 심각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그저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고민 거리 정도로 치부되기
일수이다.
주노 역시 10대들의 임신 문제를 다룬 영화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정도의 무게로 다루었을 영화거나. '제니주노'처럼 아예 문제의 근원은 온데간데 없고
인터넷 소설쯤으로나 느껴질 만큼 가볍고 상큼하기만 하게
다룰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역시 문화차이가 다분히 느껴지는 미국땅에선,
뭔가 무겁진 않지만, 싱겁지도 않게,
심각하진 않지만, 현실 망각도 아닌것이.
뭇 미국의 하이틴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물론 소재 자체가 그냥 웃자고 넘길 수 있는 내용도 아니지만-
애니메이션과 함께 시작하며, 캐릭터처럼 보이는
주노의 트레이드마크 뚱한 표정 덕분에 전반적으로
귀여운 느낌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10대의 임신인 만큼 두 사람 사이의 문제이기 보단,
당사자, 바로 증거물을 여실히 지니고 있는 여자의 시선에서
내용이 나타난다.
포스터의 여주인공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담담하고 생각보다 차분하다.
꽤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론 그닥 요동치지는 않는 모습..?!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그녀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담담해보인다.
마치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그래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알리는 듯.
부모님의 표정도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다고 하지만.
감정적으론 '올게 왔구나-'하는 정도의 표정이다.
역시 이럴 땐 문화적 차이 앞에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엔-
아마 한국 영화에선,
부모님께서 어떤 말로 대꾸하기 보단, 뭔가 손에 짚이는게
날아오지 않았을까?- 조금 약하게 반응하면,
방문에 못질정도?! 후훗-
이제 대처방법에 나선다. 낙태만 빼고-
짐스럽기도 싫고, 내가 원한 것이기에,
혼자만의 문제라고 충분히 이성적이려고는 하지만.
역시 그래도 무거운 몸과 따가운 시선 앞에선.
'그'가 원망스럽긴 하다.
철저히 남자의 시선이 배제되었기에 나 역시도 보면서.
정말 저대로 냅두는거야? 이렇게 태연해도 돼?-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두터운 벽에 좌절하고 만다.
영화는 살짝의 갈등이 보이기도 하지만.
깔끔하게, 원래부터 그렇게 될 것이 그렇게 된 것처럼.
어? 하는 반전은 없지만, 아- 하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끝이 난다.
욕심부리진 않았지만, 섬세하고,
주노의 뚱한 표정만큼이나,씩씩한,
심각한 일이지만. 긍정 마인드와 용기가 가상한.
그곳은 한국이 아니기에 가능하며,
주노이기에 가능했던. 귀여운 영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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