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마씨의 가게.
구경이나 해보자는 여친의 끈질긴 요구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듣자하니 요즘 앙마씨의 가게가 호황이란다.
친절하지도 않은 앙마씨의 가게가 잘 되는 이유는 뭘까?
뭘 팔길래? 장사 수완이 대단한가봐?
앙마씨의 쇼케이스를 보고 이유를 알았다.
샤넬의 반짝이는 로고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꿀꺽~' 여친이 침삼키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지미추의 가방에 시선이 이르자
정신마저 혼미해진 듯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피팅 모델인 해서웨이의
착한 몸매에 자꾸만 눈이 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저 수많은 명품 컬렉션은 그저 장식품일 따름이란다.
앙마씨가 정말 팔고 있는 것은
명품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
돈과 명예, 파티와 섹스!
물론 다른 상점에서도 '욕망'을 판매한다.
하지만 앙마씨의 가게가 유독 호황인 것은
명품을 탐하면서도 명품을 욕하는
인간의 패러독스를 잘 버무려놓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쾌하고 시크하기까지 하니
앙마씨의 상품이 올 가을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앙마씨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그녀는 왜 그에게 다시 돌아갔을까?
좀 바쁘다고 금방 삐쳐버리는 소심한 남친에게 무얼 바라고?
사랑? 진정한 사랑 뭐 이런 거 때문에?
또 왜 그녀가 없는 사이 그는 덜컥 취직이 되어버린 걸까?
그냥 요리사 보조일 뿐인 남친에게 돌아가는 설정이라면
좀 궁색맞을 것 같았나?
그리고 그 좋은 직장,
'시켜만 준다면 살인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자리를 내팽개치고
고작 들어간다는 게 신문사?
거긴 권력의 암투나 더러운 것들이 없을 줄 아는 거야?
아님, 패션잡지보다는 뭔가 고고한 것이 있다는 거야?
어설픈 양심을 희생해서라도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고?
좀 더 솔직했거나
쿨한 척 고상한 척만 좀 덜했음 좋았을텐데...
그럼 욕망 하나 쯤 기분좋게 사주었을텐데...
나도 욕망의 인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