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전설의 보석을 둘러싼 사기꾼, 도둑, 일본군, 독립운동가들의 한판 소동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이야기는 1945년 8월12일이란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민족의 해피엔딩인 광복까지 남은 시간은 3박4일. 영화의 사건이 결국에는 조국의 광복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걸 미리 예견하는 부분이다. 또한 1945년이란 시대적 상황을 영화가 흡수하는 방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 안중근 의사, 김구 주석 등이 이름 혹은 사진으로 모습을 비추고 천황의 항복선언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결정적인 계기를 만드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제목 그대로 “옛날 옛적에 있었을 법한 일”이라는 컨셉의 오락영화다.
석굴암 본존불상의 이마에서 떨어져나가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던 전설의 보석이 발견된다. 이름하여 ‘동방의 빛’. 몇 십년간 동방의 빛을 찾아다녔던 총감은 입신양명의 기대를 품고 이 보석을 본국으로 이송하려 하지만 동방의 빛을 노린 건 이들만이 아니었다. 화려한 말발로 조선의 보물들을 일본인들에게 팔아넘기는 사기꾼 봉구(박용우)는 ‘반도 제일의 가수’인 춘자(이보영)를 대동하고 동방의 빛 환송회에 잠입한다. 그러나 춘자 역시 희대의 도둑 해당화로 동방의 빛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명령의 발원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목숨을 거는 밑바닥의 독립운동가들인 미네르빠의 사장과 요리사도 총감을 암살하고 조국의 보물인 동방의 빛을 되찾으려는 작전을 세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인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신작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에 우려와 기대는 모두 ‘3류 코미디’의 원흉으로 불린 전작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무엇보다 드라마에 충실하려 했고 그 안에 유머를 담으려 했다”는 감독의 의지가 적절히 드러난 오락영화다. 맥락없이 과도한 욕설과 음담패설로 웃음을 우겨넣었던 전작들과 달리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이해 가능한 인물들간의 오해와 엇박자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성동일과 조희봉이 묘사하는 사투리 유머와 어리버리 개그도 질펀하기보다 귀여운 수준에서 마무리되며 다소 낯뜨거울 수도 있을 광복의 해피엔딩에 무리한 힘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련된 케이퍼무비(경쾌한 범죄영화)의 매력을 살리려는 듯한 음악과 연출이 종종 시대의 배경과 동화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속의 경성에서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성 세트장의 모습들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 무난하다.
감독의 전작 때문에 볼까 말까를 무수히 고민했다. <인형사> <가문의 위기 2> <가문의 위기 3> 감독이라니. 어떤 영화든지 보는 개인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는 해도, 대체 제대로 평가 받을 만한 영화 한 편 없는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을 본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모험임에 분명하다. 당연하게도 평소처럼 혼자 영화를 봤다면 이 영화는 선택에서 제외됐을 것이다.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보러가기 위해 다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다 보니 여러 명의 의견을 모아 보게됐다.
물론 지적하고자 한다면야 대체 어떻게 한 명이 그 수많은 임무들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을까란 기본적인 의문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오락영화로 생각한다면 말 그대로 적당히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 다만, 이보영의 경우 지금까지 출연작에 비해 나름 비중있는 역이고, 그동안 맡아왔던 역과는 다른 느낌의 연기를 시도했는데, 연기력은 둘째치고 기본적인 발성부터 처지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