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하고 솔직하면서도 신세대의 감각을 넘어서는 유쾌함과 독특한 사고
방식을 가진 낙관적인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면 '주노' 만큼 십대를 대변
하는 상징적인 존재는 없을 것 같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주노' 의 주인공인 주노역활을 맡은 엘렌 페이지는 '하드
캔디' 라는 영화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가장 기발한 포스터로 사로
잡았던 영화속에서 덫을 놓아 사냥했던 강렬한 선 굵은 캐릭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주노' 에서는 모험심 많고 직선적이면서도
왜곡시키지 않고 솔직하고 대담한 화법의 '주노' 로 돌아왔다.
십대의 임신을 사회적인 문제나 비판적인 시각이 아닌 따뜻하고 다른
시점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영화의 오프닝을
비롯해 상당히 비주얼하면서도 1년의 시간의 주기를 가을로 시작해서
여름으로 마무리하는 전개도 독특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스타일과
옷차림의 변화, 캐릭터와의 관계와 감정선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영화
는 매력적인 멘토처럼 관객을 끌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의 관계였던 블리커(마이클 세라)를 사랑하고 있
다는 감정선의 변화를 깨닫게 되는 과정도 임신한 아이를 책임질
준비가 안된 대신 입양할 부모인 바네사(제니퍼 가너)와 마크(제이슨
베이트먼)를 찾아 자신의 아이를 행복하게 키워주길 바라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속에서 철없는 듯 하면
서도 색깔있는 매력으로 감성이 조숙해지면서 따뜻한 눈물과 아픔,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주노' 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감이 없이 영화를 즐길수 있었다. 그것은 엘렌
페이지라는 배우가 '주노' 와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캐릭터자체의 매력을 살려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배우가 이
역활을 맡았으면 이정도의 흡입력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엘렌페이지는 4차원 캐릭터와 세련된 십대의 감각
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주노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임신을
통해 어른의 세계와 부부관계, 그리고 아이를 책임지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감정선, 사랑이 아닌듯 불장난처럼 시작됐던 일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훈훈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가게
만들었던 독특하면서도 버릴것 하나 없는 매력적인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엘렌 페이지라는 배우의 매력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열렬한 팬의 한명으로 몰아넣은 영화라고도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