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 이미 헐리웃에선 너무나도 큰 화제가 된 영화다. 폭스 서치라이트를 메인스트림에 올려놓고, 흥행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며 개봉관은 점점 늘어나고, 평단은 더 이상의 환상적이고 완벽한 각본은 없다고 말한다.
이 영화로 인해 '쌩초짜'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는 일약 '모셔가는 스타 각본가'가 되고, 앨런 페이지는 미국 전역에서 최고의 사랑을 받으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디아블로 코디의 화려한(?) 이력도(그녀는 사무비서를 하다가 지겨워서 스트립퍼 오디션을 봐서 스트립퍼를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친구의 중학교때 경험담을 바탕으로 각본을 씀) 큰 화제거리가 됐지만, 전술한 이런 점들에서 더이상 무엇이 화제거리가 돼겠는가, 그만큼 미국은 지금 '주노'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는 다르다. 수많은 박스오피스 1위의 흥행작들이 우리나라에 수입, 배급되어도 정서상, 사고방식의 차이로, 소위 코드의 차이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채 쓸쓸히 막을 내린다.
<주노>역시 걱정이 될 것 같다. 10대 소녀가 순간의 기분으로 얼뜨기스러운 남자애와 관계를 가지고 임신을 한다. 그리고 아이(영화에서는 '그것'이라고 함)를 입양받을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 사건의 전반부 내용인데, 이 부분,
심상치 않은 주제다. 보수적인, 아직은 10대의 성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스타일의 사고방식이 스며들지도 의문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모의 모습과 사회적인 시선 정도의 차이도 우리에겐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걱정이다.
하지만, 영화를 펴보면 수많은 평론들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런 걱정은 곧 사라진다. 한 평론가가 말했다. 당신은 무조건 주노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영화를 본 10분 후에 사랑하게 될 거라고. 난 후자에 속했다.
청소년 성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걱정을 하고 봤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주노란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리고 스토리 자체를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소홀하지도 않은 주노의 입장에 서서 솔직하게 말해준다. 부담없이.
감독이 꼬집고자 하는 점은 청소년 성문제의 심각성 따위(?)가 아니다. 우리입장에선 이상할지 모르지만, 너무나도 쿨한 주노와 그런 주노를 너무나도 쿨하게 받아주는 부모님, 주노가 이상적이라 생각해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가정에의 속사정.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아이와 알고보면 어린애같고 유치한 어른들에 대한 인간의 성숙에 관한 문제를 감독의도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주노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그럴 수 밖에 없는 유치한 제니퍼 가너와 제이슨 베이트먼 부부에 대한 시선을 거부감없이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지막하게 깔리는 ost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스토리에 활기참을 때론 심리적 묘사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는 점이 영화자체를 거부감들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미쿡에서처럼 큰 흥행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우린 앨런 페이지의 '주노', 아니 그냥 '주노'를 그냥 지나쳐선 안돼겠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사랑스러운 주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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