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시실리 2Km>
시실리... 뜻은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다. 그럼 2km는 무엇인가? 이 숫자의 의미는 여러 부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을의 거리라는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도 이승과 저승의 공간의 거리 혹은 닿을 듯이 닿을 듯이 하지만 잘 다다를 수 없는 거리의 숫자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마치 2km 정도는 떨어져 있는 거라 생각이 든다. <시실리 2Km>는 잃어버림에 대한 영화이다. 일차적으로 주인공 양이는 석태 에게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고 석태는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서 다이아몬드와 자신의 목숨을 잃어버린다. 다이아를 탐내는 시실리의 기괴한 마을 주민들은 어떠한가? 다이아에 욕심이 먼 괴물들은 그저 물질의 욕망에만 사로잡혀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후반부에 가면 순진 무구한 처녀귀신 송이는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림을 되찾으려고 하고 양이 역시 자신의 잃어버린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되찾는 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결국엔 잃어버림과 그것을 되찾아 가는 과정의 영화가 바로 <시실리 2Km> 이다 그 때문인지 영화 자체도 마치 길을 잃어버린 듯이 이곳저곳을 좀 헤매고 있는 듯 하지만.... 잃어버림에 관한 영화라고 해서 전혀 심각할 필요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신개념 펑키 호러 라는 장르를 표방하듯이 신나고 재미나면서 보너스로 가끔은 무서운 장면을 적절히 섞음으로서 무리 없는 펑키 호러를 보여주고 있다. 너무 한국의 신파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후반부의 멜로적인 요소나 권선징악적인 결말 등은 미국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고무인간의 최후> 같은 처절한 펑키호러와 비교한다면 너무 얌전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지만 결국엔 흥행을 목표로 하는 웰메이드 영화로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지만 끝 부분이 너무 밋밋하다 무언가 기대할만한 장면이 없다...) 이 영화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은 과거 임창정과 뮤직비디오를 같이 작업한 경력이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서 속도감 있고 재치 넘치는 연출 구성으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특히 카메라 워크의 독특함은 전세계에 단 3대 밖에 없는 고성능의 HD 카메라의 힘인지는 몰라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비쥬얼 적으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겨준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시실리2Km>는 임창정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힘이 큰 영화다. 몇 년 전쯤 비슷한 펑키호러 장르의 새장을 열었던 <조용한 가족>과 <시실리 2Km>가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은 아마 다들 받았을 것이다.
<조용한 가족> 은 신인이었던 김지운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도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송강호와 최민식등으로 이어지는 엽기가족들의 연기호흡이 굉장히 빛났던 영화였다. <시실리 2Km>도 여전히 웃기지만 또한 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임창정이 다이아를 찾기 위해 시실리로 온 조폭 양이 역할로 주연배우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수많은 조연 배우들을 연주하는 지휘자로서 한층 더 멋지고 빛나는 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연배우로서의 큰 몫을 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시실리2Km>에서 보여준 임창정의 모습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시실리의 마을 주민들에는 조연배우의 명품 변희봉을 필두로 여러 영화들과 연극계에서 눈에 익은 배우들이 그야말로 엽기적이고 악랄한 행각을 마음껏 발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 배우들의 압권은 초반에 등장하는 다야~ 다야~ 하는 불경이 강렬하게 울리면서 각 방의 다이아들이 번쩍번쩍 거리게 보이는 장면은 욕망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이어지는 송강호를 닮은 배우의 '제끼죠' 이 말 한마디가 앞으로의 피 튀기는 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엽기주민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또 양이를 따라온 3명의 똘마니들... 그야말로 웃음의 핵 폭탄 같은 역할들이다 임창정을 비롯한 4명이 천사의 집에서 벌이는 고추 내놓고 운동하기가 단연 웃음으로서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특히 골롬을 닮아 슬프지만 웃기기만한 사나이 너무 나이가 들어보이는 조연배우의 활약은 단연 인상에 오래 남겨둘 것 같다. 그에 반해 공동주연으로 알려졌던 권오중이 좀비 모습등 훌륭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지만 나오는 분량이 너무 작아서 아쉬움을 남기고
유약한 처녀귀신 송이 역의 임은경은 나오는 분량도 작지만 여전히 연기력 부분에선 어색한 충청도 사투리가 꽤 거슬릴 정도로 캐릭터는 괜찮은데 연기력에서는 모자란... 인상을 남겨주고 있다. <시실리 2Km>는 여름시즌 변변찮은 공포물로 목말라 있는 관객들에게 크나큰 장대비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도 간혹 등장하는 공포는 조그만 이슬비가 되어주고 그보다 더 재미난 펑키적인 요소가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런 장점들은 밤늦은 심야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공포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여성관객들에게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같이 만약 공포적인 부분이 나와도 크지 않기 때문에 먹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부분은 먹을 수 있는 영화 <시실리 2Km> 하지만 두렵다... 밋밋하게 끝나가며 잃어버리고 헤매이는 결말을 보면서 어느새 금방 이 영화를 잃어버리게 되진 않을까. 지금 나에게 이 영화는 그게 문제일 뿐이다....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키스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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