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한 이연걸(방청운), 백성을 생각하는 류더화(조이호), 신의를 중요시하는 금성무(강오양)
이렇게 가슴에 품은 뜻이 달랐던 큰 남자들의 이야기 '명장(名狀)'. 원제인 '투명장 (投名狀)'에서 '투'자만 뺀것으로, 영어원제인 The Warlords (군주,지도자)라는 뜻이 더 잘어울리는 영화다. (투명장은 영화속에서 그들이 의형제를 맺을때 맹세한 것으로 형제가 형제를 함부로 하면 투명장에 따라 죽어야한다. 이런것을 뜻한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세 남자중에 태평천국의 난이라고 불리었던 청나라 시대를 다스리는 자는 누구일까?
자칫하면,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얘기가 될수 있는 신의(信義)와 대의(大義)의 문제. 그러나, 간간히 나오는 대규모 전쟁씬을 눈요깃거리로 보면서 영화에 진지하게 빠지게되니 그들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에 생각지도 못하게 코 끝이 찡해졌다. 요즘 시대에 보기힘든 그런 감정과 믿음이 너무 강하게도 느껴졌다.
과연 대의라는 명분하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 같은 이연걸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백성을 위하고, 형제들을 챙기지만 자칫 정치적인 면에서 뒤떨어져보이는 류더화가 옳은 것일까? 아니면, 그들 사이에서 의형제라는 신의 하나로 평형을 유지하려는 금성무가 옳은 것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군주'란 무엇인가? 사실 정답은 없다. 오로지 장단점이 있을뿐이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최고권력자가 아닌 윗선들의 한낱 병정들뿐이다. 그러기에, 더욱 허무하다.
그들은, 피로 의형제를 맺은 이상 소기의 목적만을 달성하곤 그들만의 삶으로 돌아갔어야한다. 그래야, 그 피의 의형제 맹세는 이어질수 있었다. 그 위로 갈수록, 그들의 상황과 직급은 각자 다르게 돌아가고, 그에 따라 각자의 신념은 갈라지게 된다. 피로 강하게 맺은 맹세일수록, 그 틈이 갈라질 경우 상처와 틈새는 더욱 커보이기 마련이다.
영화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자멸적인 비극으로 흘러간다. 마치 현실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는 큰 뜻을 담은 세 형제답게 큰 스케일과 큰 메세지를 담은 포부 자체가 큰 영화였다. 소인배들은 모르는 대인배들의 이야기. 그것을 받아들이지못하고,재미만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전쟁씬빼곤 지루한 영화가 될것이다. 본인도 처음엔 그랬지만, 세 형제가 보여주는 진심어린 모습들을 보고있자니 어느새 코 끝이 찡해졌다. 뻔하게 알고있는 사실인데도, 잊고있던 사실을 누군가가 다시 진심어리게 얘기해준 것처럼.
세 형제가 함께 있을땐 세상 무서울것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떨어져있을땐 세상은 그들을 하찮게 보았다. 그래도, 그들이 부럽다.
그들이 의형제를 맺은후, 서로 합심하여 처음으로 이긴 전투에서 보여준 그들의 환하고 강한 믿음의 웃음은 진정으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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