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션을 수행하고, 환상의 나라.
지하왕국의 공주로 돌아갈 오필리어를 기대하고 봤다면, 이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다.
여기에서 이게, 판타지 인지, 반전영화인지를 놓고 사람들은 잠시 갈등을 하게 되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했던 장면이나,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들로 잔뜩 긴장된 나의 신경은 이즈음에 다다라서는 이제, 좀 이 긴장을 놓아버리고 싶다, 하는 욕망에 휘둘렸다.
잔인하고 냉혹한 현실. 그것은 오필리어 뿐만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한번쯤 그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환상의 세계를 꿈꾼다.
쓸모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을것이고, 깊은 공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현실도피, 라는 말로 단번에 단정지어 버리기엔, 내 어깨에 지어진 짐이 너무나 많고, 내 앞에 선 현실들은 너무나 차갑고 무겁다.
결국, 내가 택한 환상과, 나를 둘러싼 현실중. 어떤 것을 택할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가지 상반되는 장면을 보여준 엔딩은 정말로 슬프다.
그것은 다른 판타지 영화를 볼때처럼, 동화같은 감상에 젖어 있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슬프다.
슬프고 아련하며, 그러면서도 인정할수 밖에 없는.
이제, 잔인한 현실에 더욱 익숙해져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결국 현실은 죽어버린 오필리어 일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환상을 넘나드는 듯한 음악들과, 무언가 확정지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 판의 미로는,
내가 꼽는 2007년 최고의 영화중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