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이란 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다면 달라졌을지 모를 연인 혹은 연인이 아닌 이들의 운명이
규정없이 그려진 2046이란 영화. 그 스타일과 깊이에 반해버렸다.
양조위가 펜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던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혼자서만 종이 위에 펜 하나로 해피엔딩을 결정할 수 없었던 그였다.
그 착잡함과 슬픈 감정이 컷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듯 했다.
홍콩과 싱가폴이란 두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새로운 감수성으로 해석해놓은 것도
왕가위식 시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혼돈과 눈물로 가득한 공간 홍콩.
새로운 만남과 구원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 싱가폴.
소설과 현실의 오고감을 통해 환상과 현실을 교묘히 뒤흔든 이 영화를 통해 색다른 체험을 하고 난 기분이다.
관계와 관계 사이에 일어나는 우연과 운명.
그것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성찰하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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