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버려야할 사랑니와 같은 첫사랑의 기억.. 혹은 고통스럽지만 더이상 새로운 사랑의 열정이 생겨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남겨두어야 할 첫사랑의 기억..
사랑니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통증을 유발하는 존재이므로 뽑아버려야한다는 의견과 (대다수가 듣는 이야기다. 나도 치과검진에서 옆으로 누워서 난 사랑니를 빨리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나이들어서 틀니나 교정을 할때 없어서는 안될 필요한 치아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내게 가장 큰 반전의 묘미를 안겨준 영화가 있다면 바로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름을 가지고 관객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연출의 묘미는 감독의 재능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곳은 거기까지다..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고 서로의 감정과 욕망이 드러나고 충돌하는 그 무렵부터 영화는 모호함속에 빠지기 시작하여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영의 미소의 의미까지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골치아픈 해석의 난제를 관객들에게 한짐 지워주고 만다.
평론가들에게는 엄청난 극찬을 받는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모호함이란 방향을 바꿔 생각한다면,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말과 통하는 것일테고, 이 영화의 이런 모호함은 평론가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고 자신있어하는 사상을 대입시켜 작문하기에 충분한 화수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람한 소수의 관객들에게 있어 이러한 모호함과 불친절함은 영화사이트의 5점 이하의 평점이 보여주듯 불편함으로 비춰졌던것 같다. 감독의 의도가 어떠하였든 간에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에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사랑니에 대한 견해 만큼이나 해석에 있어서도 다양한 견해를 만들어낸 영화.. 오랜 공백끝에 내놓은 작품이 외면당하는 사랑니 통증을 겪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그의 연출 스타일을 시원하게 뽑아내어 버릴지 아니면 고집할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