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신 안의 세계 안에서 웅크린 채 벗어날 줄 모르던 이윤기 감독의 세계 속 여자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출발은 아주 사소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리디 여리게만 보이던 여자에게 무슨 용기가 났던지 덜컥 이질적인 세계로 나아간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삶과 죽음이란 극단적 시간 앞에 되려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는 한 여자의 특별한 외출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며, 그 안에 소소하게 드러나는 우리의 일상이 주는 블랙유머를 섞은 작품이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는 웃음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극도로 흔들리던 핸드헬드의 기법조차 많이 자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하룻동안 일어나는 사건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영화는 아주 조용한 어조로 들려준다. 보경이 아닌 명은이 되어 "죄송해요, 아버지" 란 말을 망자의 귀에 속사이는 순간 우리 모두의 마음은 극의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각자 내면에 숨은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