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의 오프닝 시퀀스는 도시의 모습을 익스트림 롱 쇼트의 패닝panning 쇼트로 보여주는데, 화면의 중앙에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아리조나주의 피닉스, 12월 11일 금요일)을 알리는 자막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카메라가 어느 모텔의 창으로 다가가서는 모텔 방 안의 연인(마리온과 그녀의 애인 샘)을 보여줍니다. 속옷차림의 연인은 막 사랑을 나눈 듯하며, 잠시 말다툼을 합니다.
이러한 오프닝의 처음부분은 설정 쇼트establishing shot에 해당합니다. 설정 쇼트란 시퀀스의 시작부분으로서 향후에 진행될 이야기를 위해 장소나 무대 또는 극적인 분위기를 예시해주는 화면이다. 오프닝 시퀀스의 설정쇼트는 영화 전체적 시공간적 배경을 설정하고 또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전달하여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끔 유도하는 역할을 하지요. <싸이코>에서의 그것도 여느 다른 영화에서의 설정 쇼트와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시간 그 자체보다는 도시의 이미지에서의 특정 시간대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긴 합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일수록 특히 더 그렇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