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헐리우드에서 형제애를 다룬 대표적 영화로는 <레인맨>이 있었다. 오 브라더스는 한국의 <레인맨>이라 칭할 수 있을만큼 <레인맨>과 설정에 있어 흡사한 면이 많다. 단 휴머니즘과 드라마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가족 영화에 코미디와 엽기라는 장르적 요소를 가미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기대한 점이 다르다. 삼성경제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흥행을 보장하는 코드는 코믹, 엽기, 조폭, 멜로, 액션 이 5가지로 분석된다. <오 브라더스>는 코믹 엽기의 오봉구(이범수분), 조폭은 아니지만 그런 비스무리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오상우(이정재분), <공공의 적>의 기운을 이어받아 조폭보다 더 조폭스런 경찰 정반장(이문식분)이라는 세 캐릭터가 축을 이루어 긴장감을 형성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다. 캐릭터만 봐도, 이 영화가 코믹, 엽기, 조폭을 잘 버무린 상업영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캐릭터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드라마와 휴머니티를 적절히 가미해 만드는 방식은 <가문의 영광>, <반칙왕> ,<엽기적인 그녀> 등 흥행가도를 달렸던 과거의 한국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고 할 수 있겠다.
<오 브라더스>의 성공 포인트는 오봉구라는 캐릭터에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조로증에 걸린 엽기소년 봉구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안쓰럽게, 징그러우면서도 귀엽게, 몸과 정신의 언밸런스가 주는 황당함만큼이나 중의적이고 아이러니한 면이 생동감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 이정재가 분한 오상우는 <태양은 없다>의 이정재와 다를 바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 영화의 캐릭터 중 악역으로서 갈등의 한 축을 이루는 정반장은 영화 초반부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나 후반부에 가서는 소리소문 없이 제 역할을 마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가 지핀 갈등의 불씨가 봉구와 상우의 화해와 함께 그 절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관객은 정반장이라는 캐릭터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고, 뭔가 빠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즉 예상되어지는 정 반장과 오 브라더스 간 갈등의 해결을 위한 장면이 생략되면서 절정 없이 결말만 존재하는 생뚱 맞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소재나 주제의 신선함은 보여지지 않는 전형적인 상업영화다. 봉구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고, 기존에 있는 요소들을 잘 버무린 감독의 능력이 빛을 발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신인감독의 경험 부족 탓인지 앞에서 언급한 스토리 라인의 엉성함, 신인감독에게 기대한 참신함의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흥행성
관객은 30대의 몸을 가진 10대 소년 오봉구라는 중의적 캐릭터, 조로증을 조루증으로 착각하는 식의 한 상황이 본질과 다르게 해석됨으로써 생기는 에피소드 등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봉구! 징그러운 30대 아저씨 몸에, 성숙한 성적 호기심도 갖춘 인물이 관객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나다. 적어도 자신은 오봉구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즐거움과 흥분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휴머니티에 기반한 행복한 결말이라는 도식을 위해 코미디보다는 드라마가 강해지면서 지루함이 느껴지고, 앞에 언급한 웃음의 코드는 한계를 드러낸다.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가 풍부하지 못한 결말이다.
여름이라는 액션 호러시즌도 지났고 관객은 이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 게다가 가족관객이 제일 많은 추석 시즌이 끼어있었고 상대적으로 대적할 만한 코미디 영화가 없었다. 그런 탓인지 흥행성적은 예상보다 독보적이다. 블록버스터가 없는 가을시즌에 개봉했다는 점과 찬바람이 부는 계절, 코미디와 따뜻함을 원하는 관객의 심리를 헤아린 영화의 내용이 흥행 성공의 열쇠라 하겠다. 그러나 <반칙왕>, <가문의 영광>,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스코어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영화가 전하는 페이소스, 감동과 웃음의 강도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