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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받기 겁나네.... 리턴
ldk209 2007-12-31 오후 1:22:06 1965   [12]
수술 받기 겁나네....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란 그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실재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영화 속 배우들이 당하는 공포나 상황을 실재로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악몽이 현실화되어 나타나는 <나이트메어>가 공포영화의 클래식으로 대우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턴>이 소재로 삼은 '수술 중 각성' 현상은 작든 크든 살면서 수술 한 번 받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에겐 너무 날카롭고 예리한 메스일지도 모른다. 물론 '수술 중 각성'이 영화에서처럼 모두 참혹한 아픔을 동반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통증은 없지만 소리 등을 청각적으로 인지했다거나 수술 장면을 시각적으로 인지한 것도 포함된다. 어쨌든 자신이 수술 받는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꽤나 무섭다.

 

영화는 후반부의 한 장면을 강렬하게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 총을 쏴대는 재우. 그는 왜 자살을 하려는 것일까? 영화는 어린 상우의 트라우마로 이동한다. 수술 중 각성으로 뼈를 가르고 내장을 주무르는 고통을 고스란히 당한 10살의 상우는 모든 어른들이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자 분노를 표출함으로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그러자 어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던 상우에게 최면으로 기억을 봉인해 버리는 편법을 동원한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현재, 상우의 봉인이 풀리면서 상우의 수술에 관여했던 상록수 병원 관계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당한다. 상우가 리턴(귀환)한 것이다.

 

연쇄 살인이 진행되는 중에 네 명의 상우 용의자가 나타난다. 희진(김유미)과의 신혼살림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외과의 재우(김명민)는 의료사고로 환자가 죽자 그 남편에게 협박을 당하는 중이다. 마취의 석호(정유석)는 재우와 긴밀한 파트너지만 마취로는 수술을 할 수 없는 악성고열 환자의 수술에 최면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 치훈(김재우)이 개입하면서 재우와 석호 사이엔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여기에 갑자기 미국에서 재우의 죽마고우 욱환(유준상)이 불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과연 누가 봉인이 풀린 상우인가????

 

<리턴>은 우선 그 소재가 신선하고 탁월하다. '수술 중 각성'이라니 생각만해도 무섭다. 앞으로 수술 받을 일이 분명 생길텐데, 그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오를 거라는 건 너무 분명하다. 수술을 앞둔 사람에겐 방영금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복수를 그리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연쇄 살인의 대부분은 신문 기사로 대체되며 직접 보여주는 살인 장면이라고 해도 공사 중인 높은 건물에서 그저 손가락으로 미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서 피는 수술 장면을 중심으로 화면을 적신다.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한 영화니 만큼 괜히 다른 장면으로 잔인함을 산개시키지 않고 수술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TV 드라마 <하얀거탑>의 방영으로 인해 빛이 바랜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 주는 수술은 세 번 등장한다. 첫째는 어린 상우의 수술이며, 두번째는 악성고열 환자의 수술, 세째는 재우의 아내 희진의 수술이다. 악성 고열 환자의 수술이 중요한 이유는 상우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한 데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인 치훈이 재우, 석호 사이에 개입해 들어와야 하는 매개가 필요했는데, 거기에 악성고열 환자가 등장함으로서 그 과정이 현실성을 얻게 된 것이다. 즉, 영화의 소재부터 그 소재를 풀어내는 장치들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건 이 영화가 왜 성공한 스릴러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거기에 출연진의 안정적인 연기가 바탕이 됐음은 이 영화의 행운이다. 사실 사건이 본격화되는 후반부로 가기까지 각 배우들의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초중반부는 약간 루즈한 감이 없지 않으나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충분히 상쇄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건 현실감 넘치는 구어체 대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국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보면서 가장 못 마땅한 게 바로 배우들의 대사다. 왜 다른 영화에서는 일상적 언어를 쓰는 배우들이 공포/스릴러 영화에서는 느닷없이 문어체 대화를 쓰느냔 말이다. 물론, 이는 배우의 문제는 아니고 감독, 작가의 문제, 시나리오의 문제이다. 그래서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들이 공포/스릴러 영화 출연을 기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가끔 엉뚱하게 상황에 맞지 않는 이상한 대사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재우에게 석호는 느닷없이 "있는 거 잘지켜. 잃어버리고 후회하기 전에"라고 말한다. 도저히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사를 필요로 했던 건 관객에게 석호를 의심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어색한 대사는 또 있다. 후반부 욱환은 범인이 석호라고 단정 짓고는 차를 타고 가며 재우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다면 누구나 전화를 걸자마자 '석호가 범인이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욱환은 어처구니 없게도 "상우가 바로 그 놈이었어"라며 석호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기를 꺼린다. 이는 관객은 다 아는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게 하여 곧 닥칠 위기를 과장하려는 것인데, 좀 거칠었고, 어색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했던 재우의 자기 학대 장면은 이 영화가 보여준 과잉된 정서의 가장 극단이랄 수 있다. 그 상황에서라면 총을 들고 범인을 죽이러 뛰어 가는게 예상되는 수순이지, 자신의 손과 다리를 총으로 쏴대는 자기 학대 의식은 공감을 주기 힘들다고 본다. 이런 과잉된 정서가 있는 반면에 영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상우의 봉인이 풀리는 계기가 술먹고 장난하다라는 건 너무 미약하게 처리한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보게된 감독의 인터뷰에 이에 대한 해명이 실려 있었다. "영화의 출발처럼 하찮은 운명의 실수다. 있을 수 있는 어떤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치명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푸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무겁게 풀면 균형감이 더욱 안 맞을 것 같았다.”

 

하찮은 운명의 실수가 끔찍한 복수를 불러오는 <리턴>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해도 마지막 반전의 힘이다. 영화 초반 욱환에게 의혹을 집중하면서 진행하던 영화는 후반부에 석호를 맹백한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완료되는 듯 하다가 갑작스레 숨어 있던 악인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 악인을 드러내는 과정도 매우 드라마틱하다. 격렬한 싸움 끝에 석호를 죽인 욱환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 속에 경찰들의 취조에 응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고 있음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바로 그 때 악인은 자신을 상징하는 벌과 함께 최후의 희생양으로 자신이 지목한 재우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거기에 이르는 논리도 비교적 명쾌하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shelby8318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2008-11-07 07:13
1


리턴(2007)
제작사 : 아름다운 영화사, 로터스필름(주)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return2007.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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