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한문장으로 말하자면 '류덕환을 위한, 류덕환에 의한, 류덕환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류덕환의 영화내에서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 건 류덕환 뿐이 없다.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기대한 <우리동네>는 실망만을 안겨줬을지도 모른다.
분명 영화안에는 인물들간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있으면서 서로 알면서 숨기고 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영화는 그것을 이야기하지만 결론이 없다. 과연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과 사람관계의 고찰? 아니면 어릴적 트라우마에 의한 정신분열? 아니면 사람 겉과 속의 괴리?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왠지 볼일을 다보고 밑을 안닦은 듯한 찝찝함이 느껴졌다.
결국 머릿속엔 류덕환만 담아왔다.
그.러.나!
류덕환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을 어느정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봤는데
그건 나의 실수였다. 그때의 류덕환은 과연 누구였던 것일까. 우선 완전 달라진 그의 외형부터 나의 오산이었다.
배불뚝이 오동통의 류덕환은 날렵하고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리숙하던 마돈나의 모습은
냉혈안에 섬뜻한 표정, 그리고 내소를 머금은 그런 살인마로 변했다. 입이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모자람이 없다.
난 <우리동네>를 본것이 아니고 '류덕환'을 보고왔다. 연기력이라면 빠지지 않을 이선균, 오만석 조차도
류덕환에 가려 전혀 빛이 나지 않는다. 가끔은 그들의 연기가 어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얼마만인가 한 연기자에게 이정도의 감동을 느껴본것이... <아이 앰 샘>에서의 숀 펜 이후 처음인듯 하다.
이선균과 오만석을 또 빼놓으면 섭섭할거 같으니까 넣어보자.
이선균은 볼때마다 느끼지만 목소리가 참 맘에 든다. 얇은 것도 아니고 낮은 것도아니고 참 묘한 목소리다.
악역에도 어울리고 선한역에도 어울리는 목소리는 분명 이선균의 매력이며 장점이다.
사실 이선균은 류덕환과 오만석의 사이에 껴서 둘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캐릭터다.
하지만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영화에 균형을 잘 잡아준다.
이선균을 처음본건 2005년에 있었던 'CJ 인디영화제'에 상영했던 <히치하이킹>이라는 단편영화에서 였다.
영화의 독특함과 주연이었던 이선균의 모습 때문에 기억에 남았었는데 바로 두달뒤 <손님은 왕이다>에서
또한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영화는 흥행참패했지만...)
오만석은 이미 전부터 연극계에서 잘 알려진 배우였고, 내가 처음본건 영화 <라이어>에서였다.
게이 역할이었는데 나름 잘 어울렸다. <왕의 남자>의 원작 격인 연극 <이(齒)>에서도 '공길'의 역할을 맡았던 그였다.
뮤지컬 <헤드윅>에서도 주인공 '헤드윅'을 했었고, 최근 드라마 <왕과 나>에서는 내관역을 했다.
내가 보긴 그렇게 예쁘장하진 않는데...(김원준을 많이 닮았다)
뭐 여튼 오만석은 살인사건 소설을 쓰면서 맘속으로는 이미 수십명을 죽였고, 자신의 집주인을 우발 살인한
연쇄살인 모방범을 연기한다. 살인을 해놓고 살인 소설을 써가면서 연쇄살인범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며
과거를 되집는다. 오만석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 특히 젊은 여자를 죽여놓고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모창하는 장면은 <우리동네> 오만석 연기중 가장 좋았다. <수>에서는 섬뜻한 살인마의 눈을 보였지만
이번엔 양심에 흔들리고 긴장과 불안해 흔들리는 눈을 보인다.
상당한 기대감에 부풀었었으나 결국 바람이 빠져버렸다.
그나마 표값이 아깝지 않은건 류덕환 덕분이었다. 사실 배우보단 내용이 정말 기대됐었는데...
내용만 잘 풀어줬더라면 정말 좋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그런데 누가 기교만 있는 살인범이고, 누가 순수함이 있는 살인범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