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식으로든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다. 물론 그 기대치는 조금씩 다르다 기대하는 즐거움도..
그런데 가끔 구체적인 기대치없이 마냥 끌려서 보게되는 영화들도 있다. 바로 흔히 블록버스터라고하는 많은 관객들을 동원한 그런 영화들이다.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어떤 종류의 의무감비슷한 감정에 이끌려 스크린앞에 앉게된다. 실미도는 나에게 있어서 그런 영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높게 평가했고, 이 작품을 보고 난 다음 느끼는 내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뒷맛이 썩 개운하지는 않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 특히 아직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사건을 한쪽의 시선에서 풀어낸 작품을 보고난 다음 느끼는 일말의 불안감 때문이다.
난 실미도의 역사적 진실을 모른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 역시 그러할 것이다. 실미도라는 영화를 통해서 이 섬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고, 그 안에서 훈련받고 안타깝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단지 이 영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관객들은 한쪽의 시각에서 풀어낸 이 영화가 주는 정보를 역사적 진실로 단정짓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미도라는 단어를 접할때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된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 뛰어난 특수효과로 묘사된 극적인 장면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가 가지는 위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사람들을 위한 오락을 제공하는 영화라는 매체가 역사적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던져주는 영화적 허구는 더 대단한 위력을 지닌다. 과거 정부가 방송과 신문과 같은 미디어를 잘 통제하여 그들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이젠 이러한 과거의 유산에 의해 피해의식을 가진 집단에 의해서 인터넷과 영화라는 새로운 미디어 강자를 잘 활용하는 어느 집단에 의한 역공이 시작된 듯 하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그 어디에도 있지않다. 사실을 놓고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뿐.. 그리고 그 해석은 누가 사회적으로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의해서 달라진다는 사실만이 존재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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