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한일문화 교류를 추진하는 고등학생과 야스쿠니신사 문제로 소송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 재일한국인 문제에 열심인 아주머니를 중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흔한 스토리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무척 신선한 소재였고, 한국인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영화였지만 눈물을 짜기 위한 신파적인 부분이 없는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주 편안했다. 영상미나 편집의 묘를 느낄 순 없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였다.
영화의 제목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지만 내게는 '현해탄을 건너는 사람들'로 생각된다.
일본 관료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인정할 자료를 조금이라도 더 찾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는 할아버님과 할머님들. 일본 문화를 견학하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는 한국 고등학생들과 한국을 체험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일본 고등학생들. 모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한국의 과거를 청산하고 '가까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야스쿠니신사에 안치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환송되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태도에 나는 물론이고 많은 분들이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죄책감에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일본의 여고생을 보며, 그리고 그 학생이 한국의 고등학생들과 만남을 가져 역사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데다가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서 북한 출신 한국인 자녀들이 다니는 일본의 조선인고등학교와도 교류를 하려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엔딩크레딧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웃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힘겹게 이뤄놓은 사회에서 편하게 자라온 후손들 중에 이렇게 치열한 고민을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불쑥 밀려오는 반일감정을 가진 사람은 많을지라도 스스로가 일본과 관련된 문제해결에 동참하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일본인, 일본에 있는 한국인, 한국에 있는 피해유가족 몇몇만이 끈질기게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미래에 똑바른 방향으로 전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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