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세 얼굴의 여친.....
이석훈 감독, 봉태규 주연의 <두 얼굴의 여친>은 둘의 전작인 <방과후 옥상>의 과잉된 판타지를 반복하는 동시에 <엽기적인 그녀>의 여러 상황들이 버무려져 만들어 가는 코미디 영화다. 첫 장면인 술집에서 구창을 향해 오는 미모의 여학생(사실은 돼지머리)에게 퍼붓는 키스 장면은 <방과후 옥상> 장면의 판박이이고, 구창과 아니가 전철에서 처음 만난다거나 또는 아니가 놀이기구에서 오바이트를 하는 장면, 과격한 하니의 여러 모습은 그대로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시킨다.
누군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많은 남성들이 그리는 판타지를 표현하고 있다. 대학 7학년에 연애 한 번 못해본 구창, 얼굴도 못났고, 집안도 가난하며, 직장도 없는 그런 구창을 아니(정려원)와 같이 애교 많고 아름다운 퀸카가 좋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아마 아니에게 큰 결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깐 구창과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 결함은 다중인격으로 나타난다. 실제 다중인격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마냥 어린애 같은 아니보다는 점점 과격성이 제어되는 듯한 하니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뒤로 가서는 하니도 구창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듯 하든데)
암튼, 영화는 사실 두 얼굴의 여친이 아니라 세 얼굴의 여친이다. 원래의 인격인 유리와 충격으로 인해 과거로 돌아간 어린 아니, 그리고 그런 아니를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하니. 이 세 캐릭터를 연기한 정려원은 연기력이 우수했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스타성이 풍부한 매력적인 배우로서 인정받을 만하다. 그리고 아마 한국 배우 중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할 거의 유일한 배우일 봉태규도 충분한 몫을 해내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떤 식의 이미지로 변화해 갈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두 배우를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나머지 조연들의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구창의 학교 후배들로 나오는 세 캐릭터의 오도방정은 정말 눈에 많이 거슬렸다. 굳이 그런 캐릭터들이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이 영화를 두고, <엽기적인 그녀>의 퇴행적 버전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고, 소수지만 누군가는 더 좋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어떤 조사에선 2007년 흥행에 실패한 의외의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분명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코미디영화라고 본다. 특히 <엽기적인 그녀>의 퇴행 버전인지, 업그레이드 버전인지 확실히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내내 뒤집고 웃기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근엄해진 멜로로 돌변한 <엽기적인 그녀>보다 코미디와 멜로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두 얼굴의 여친>이 훨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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