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뜻한 느낌의 포스터. 한 동네에 두명의 살인자가 살고 있다는 설정. 연기 잘하는 세 배우. 왠지 재미있는 설정이다.
조용한 동네에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범인은 평범하고 순박하게 생긴 문방구 주인 효이(류덕환). 한편 작가 지망생 경주(오만석)은 집주인의 방세 독촉에 시달리고 급기야 우발적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그리곤 효이의 수법으로 시체를 처리하여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경주의 오랜친구이자 강력반 형사인 재신(이선균)은 사건이 미궁속으로 빠지지만 마지막 범행이 결코 동일범 소행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렇게 한꺼풀씩 베일을 벗겨 나가면서 셋의 연관고리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이 영화는 우선 무척이나 과감하다. 누가 살인범인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먼저 제시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이다.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경주의 범행을 효이는 알고 있다.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살인자만의 직감일까 아니면 과거부터 그를 몰래 훔쳐본자? 영화는 주인공들을 제법 상세히 보여주면서도 그들에게 계속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큰 궁금증은 저 순진하게 생긴 효이가 왜 살인을 저질렀느냐 하는 점! 아마 이 영화의 비밀열쇠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동네>는 끝날때까지 철저히 주인공 3명에게 줌인한다. 그들의 관계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조금 신선했다. 차마 가까이 지내면서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들. 하지만 정작 결말은 너무나도 매정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반이 지나면서 그들에게만 맞쳐진 포커스가 크게 확 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올드보이>의 그림자를 떨칠 수 없었는데 세사람이란 설정과 표면적으론 둘과 하나가 맞대지만 둘 사이에도 둘이 모르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점. 장도리와 총의 등장과 상대를 알기위해 기억해야 하는 과거들. 그냥 그런 느낌이 문득문득 들었다.
마지막으로 류덕환의 연기는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입을 파르르 떨며 보여준 엔딩장면은 수많은 인격이 얼굴에 녹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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