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들여 쓴 리뷰가 날라가는 건 정말 싫은 일이고, 또한 그러한 이유로 다시한번 영화의 리뷰를 써야한다는 것도 정말 싫은 일이다. 이런 말을 적어 놓은건... 간만에 쫌 열심히 쓴 이 영화의 리뷰를 2/3 가량 완성해 나가던 순간 죄다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인디영화 흥행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영화 Once, 20만명 가량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디영화의 흥행지표는 "1만명"이라고 한다.
인디영화, 독립영화, 비쥬류영화가 고작해야 상영관 3,4개 정도에서만 개봉을 한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그 "1만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독립영화계의 최고 뜨거운 감자였던 <후회하지 않아> 개봉 전에 독립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후,않>이 "1만명"을 넘길 것에 대한 돈내기가 성행했었다는 일화도 얼마나 그들에게 <1만명>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꿈의 숫자 "1만명"의 20배의 (지금은 이 숫자도 넘어섰겠지만 지금 접할 수 있는 자료에서는 이렇게 나옴) "20만명"을 동원한 Once
영화사 진진이 수입해 2007년 9월 20일에 개봉했고, 인디영화 팬들의 입소문을 서서히 타기 시작하면서 멀티플렉스에서 확대개봉하며, 일반 영화 관객들도 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나도 이 영화를 벌써 2번째 보는데, 두번째로 만난 감동도 첫번째 못지 않을 정도로 멋진영화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 작지만 뜨거운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 관객의 성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1억달러를 넘기던 어쨌건 미국식 코미디 영화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참패를 면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관객의 성향에 맞는다고 판단, CJ가 투자했던 영화 <Agust Rush>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지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줄거리와 영화속 음악이 주는 감동을 좋아라하는 우리나라 관객
아일랜드 소규모 독립영화인 Once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도록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잔잔한 뮤직드라마비디오 같은 느낌이지만. 이 영화의 음악이 주는 감동이란 그 어떤 영화보다 대단하며, 또 그런점에서 우리나라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처럼 함께 음악을 하며 서로 사랑에 빠지는 영화도 아니다. 물론 두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선이 영화 곳곳에 드러나서,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이 주인공이 연결되지 않음에 슬퍼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음악을 사랑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일 뿐이다.
둘 다 원래 제짝이 있었고, 원래의 짝들과 헤어져서 외롭고 쓸쓸한 처지였기에 서로 끌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제짝이 다시금 자신을 찾고 있기에 도저히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처지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노래..
늘 기타를 메고 다니는 남자주인공을 대화를 하다가도, 질문의 대답을 노래로 들려주고는 한다.
멋진 영화다.
영화를 끝나고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도 들리는 OST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할 정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