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버려진 아기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처의 경찰서에 아기를 맡길 것이다. 아기는 우리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측은지심을 건드린다. 길을 가다가 본 것이 아기가 아니고 동물이거나 술이 취한 아저씨였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물을 구하러 간 쓰레기 더미에서 우는 아기를 발견한 세 명의 노숙자들 이야기이다. 아기의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과거를 알아가고, 거기에서 감동과 웃음을 이끌어낸다. 코 끝이 시리다가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요즘은 노숙자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들은 냄새나고 더러운 옷차림으로 거리에 누워 있다. 우리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을 대하는 시선이 아닌 더러운 물건을 보듯 그들을 쳐다본다. 대부분의 그들에게서는 분명, 일하지 않고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욕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지만, 그런 생활을 하게된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과거엔 나름의 꿈을 쫓으며 희망을 꿈꿨을 그들이다.
도입부의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동방박사 3명이 등장하는데 이 동방박사 3명을 작품 속에서 노숙자로 표현한 점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더 효과적인 주제 전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작품 내내 아름답게 그려지는 도쿄의 모습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실적인 묘사와 더불어 정감있는 색체의 사용으로 작품의 내용과 더불어 연말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훈훈함을 더해주는 배경은 작품의 처음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줄곧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또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하이쿠도 마음에 들었다. 하이쿠는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일본의 정형신데 17자에 세상을 담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 푹 빠져 있다. 17자의 세상도 우리가 사는 세상 못지 않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무수한 감정이 교차되는 아름답고도 슬픈 세계다.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 훈훈함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뱀다리. 콘 사토시(今敏)감독의 작품으로 원제는 東京ゴッドファーザーズ이며 2003년 11월 8일에 일본에 처음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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