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트 러쉬를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분, 어거스트 러쉬를 보고 감동을 느끼고 싶으신분은 절대! 이 리뷰를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웃었다. 전혀 웃기는 장면도, 웃어야 할 장면도 아닌 장면이었지만 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1. 헐리웃영화에 출연한 구혜선
이 영화에 구혜선이 출연했다는 사실은 언뜻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극중 로빈 윌리엄스의 소굴에서 집나온 거리의 아이들 중 한명으로 구혜선이 화면에 잡히자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시청률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SBS 대하사극 왕과나에서 폐비윤씨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잘 나가는 배우축에 끼는 구혜선이 그 커다란 가채머리를 벗어던지고 헐리웃 영화에서 불쌍한 거리의 아이역을 하고 있다니... 그것도 대사 한마디 없이 화면구석에 겨우 잠깐 얼굴이 잡히는 단역을... 순간적으로 왕과나의 그 큰 머리장식을 한 폐비윤씨 구혜선과 로빈 윌리엄스 옆에서 불쌍한 표정으로 서있는 아이 구혜선의 모습이 오버랩이되어 나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구혜선은 이쁘게 나왔다. 잠깐 나왔지만 집나온 아이들 중엔 제일 이쁘고 눈에 띄더라.
2. 뉴욕 필하모니 공연에 M net현수막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뉴욕 필하모니의 센트럴 파크공연씬은 주인공 어거스트 러쉬가 뉴욕 필하모니를 지휘하고 결국 운명적으로 엄마와 아빠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이 영화의 절정 부분이다. 그런데 이 감동적이고 중요한 장면에 또 큰 웃음(?) 주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장에 걸린 Mnet 현수막... 처음에는 '맛밤'을 떠올리게 하는 CJ로고가 먼저 눈에 띄었지만 이 영화의 투자회사니까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 주려고 했다. 그런데 점점 줌아웃되자 선명하게 드러나는 M net마크 거기다 "No.1 Music Channel"이라는 확 깨는 문구까지... 뉴욕 필 하모니 교향악단의 공연장에 "No.1 Music Channel Mnet"이라니... 순간 순결한 재용이도 떠오르고 아찔한 소개팅도 떠오르고... 아... 한참 절정의 순간에, 옆에 여자관객은 눈물 흘리며 보는데 내 입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한방의 썩소... (^0^ 푸흡~) 나도 감동받고 싶은데, 나도 눈물 흘리며 보고 싶은데...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장에 "No.1 Music Channel Mnet" 현수막은 왜 눈에 띄는거야...
결국, 영화는 어느정도 감동적이고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구혜선과 엠넷... 그 둘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이 영화를 깎아 내리거나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는 없다. 구혜선씨나 CJ, Mnet측에게도 물론 아무 감정은 없다. 만약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나는 웃지 않고 이 영화를 끝까지 감동깊게 잘 감상했을 것이다. 다만, 한국인이다보니 그러한 것이 어쩔수 없이 눈에 띄고, 개인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어느정도 몰입을 방해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얘기한거다.
때로는... 영화를 너무 자세히 봐도 손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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