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의 악순환에 대한 맛뵈기...
중동 국가 중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평범한 미국인을 노린 전대미문의 테러가 발생한다. 차에 탄 채 무차별 총격을 통해 사람들을 한 쪽으로 몰아서 폭탄을 터뜨리더니 그것도 모자라 현장을 수습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도중에 다시금 대규모 폭탄을 터뜨려 끔찍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이 와중에 동료가 숨지자 FBI 요원인 플러리는 다른 동료와 함께 미국 정부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수사에 착수한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동료에 대한 복수심에 휩싸인 FBI 요원들의 수사는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부터 9·11 테러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관계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시작한다. 이후부터 펼쳐질 얘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필요한 건가? 아니면 괜한 윤리적 자의식의 발현일 뿐인가? 아니면 이 영화는 다른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다르다는 자부심인가?? 과연 그럴까??
사실 이 영화는 괜한 헛폼만 재지 않았다면 자동차 추격전이라든가 총격전 장면 등 그럭저럭 매끈하게 빠진 액션물이라고 인정해줄만했다. 그런데 이 영화만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 폭발물 파편 하나 수집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우디아라비아 경찰과 군대에 비해 FBI 요원들은 왜 이리 유능하냔 말이냐. 이들은 수사면 수사, 부검이면 부검, 거기에 일당백의 총격전(람보??)까지 척척해낸다. 사우디아라비아 경찰과 군대는 고작해야 이들의 방해물이거나 지시에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들뿐이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불편할 뻔했지만, 그런 설정이야 한 두번 본 것도 아니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동료를 잃은 수사관과 할아버지를 잃은 테러범의 손자에게 똑같이 내뱉어지는 저주("괜찮아. 다 죽여버리면 돼")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그럴듯한 색칠을 하려다 오히려 지저분해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런 보복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떻게 하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입장을 놓고 본다면 그건 아마도 조속한 철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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