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공포라는 걸
제대로 실감시켜주는 존재였다. 세월이 흘러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드라마가 되었으니, 시대는 변했고 공포를 만들어주는
요소도 시대만큼 변해가고 있다. 귀신이 무서운 존재로 다가왔을 때가
80년대라면 사람이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게 만드는 심리 공포물이
요 근래가 아닐까?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구시대적인 요소에 현대적인 장치들로 대충 버무려버린 연출력 없는 영화는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족이 길었다.
궁녀들의 삶을 다뤘다는 것 자체는 신선했다. 싱싱하고 물 좋은 생선을
사도 요리를 못하면 그 가치는 떨어지는 법. 소재는 신선했으나 요리를
잘 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사실 원인과 결과가 있고 또 그것을 하나
하나 파헤쳐갔을 때 관객들의 기대감과 영화의 반전이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것임에도 감독은 그것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유라고 한다면?
내의녀(박진희), 희빈(윤세아), 월령(서영희), 수방궁녀(임정은), 감찰상궁
(김성령), 심상궁(김미경), 정량 이형익(김남진)....등
이와 더불어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가 영화 polt에 연루되면 될수록
감독의 할 일은 많아지고 구성도 치밀해야 하며 캐릭터 하나하나를
잘 다루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영화 배우들의 공포에 휩싸인
연기가 영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내용들을 잠식했다고 해야하나?
놀라운 반전이나 새로운 소재의 공포물일수록 사람들의 기대는 높아만간다.
허나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용을 보다 더 어렵게 만들면 만들수록
관객들은 영화에 지치게 되어있다.
살짝 안타까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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