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를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각색
했던 영화 <파랑주의보>로 기억하고 있는 전윤수 감독의 이번 영화 식객은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가진 허영만의 원작 만화를 베이스로 제작된 영화이다.
소재는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이야기들을 담지만, 영화전체에서
보여주는 것은 결코 오감을 자극하는 맛의 세계만은 아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맛은 혀끝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한줄의 설명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벌이는 승부와 오버랩되면서 참신하고
신선한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맛을 이어가는
운암정의 대를 잇기위해 대를 이을 요리사를 선택하는 시합이 벌어지는
장면부터 시작되는 영화, 음식에 마음을 담고 절대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자신감에 가득차있는 요리사 성찬(김강우)와 승부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승리를 위해서는 비열한 전략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 야심가에 걸맞는 요리사
봉주(임원희)가 승부를 벌인다. 재료는 '황복' 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
담아내 내어낸 음식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성찬의 요리를 먹은
요리계의 심사위원들로 유명한 초대받은 인물들이 모두 쓰러져 버린다.
황복의 제독처리가 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당황하는 성찬과 비릿한 웃음
을 감추고 그런 성찬을 탓하는 봉주, 결국 운암정을 뒤로 한채 성찬은 자취를
감춘다. 봉주의 조부이자 현 운암정을 맡고 있는 만식(김진태)은 봉주에게
운암정의 대를 물려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5년이 지나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발견되고 그의 적통을 찾는 요리대회가 개최된다.
그것을 주최하는 자는 후지와라 차관(무라카미 켄이치)으로 예전 대령숙수가
내준 음식 '육개장' 의 맛과 정신을 기억하고 있는 이이다. 그로써 예전
일본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사죄하고자하는 마음을 가진 그의 뜻이 대령숙수의
적통을 찾는 일과 맞물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성찬과 봉주는 이런 대령숙수
와의 인연이 떨어질수 없는 혈통을 가지고 있기에 둘의 승부는 피할수 없는
구도로 진행된다. 그사이 야채장사에 잔뼈가 굵게된 성찬을 찾아 가는 방송국
의 국장(박진영)과 VJ진수(이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대회개최 소식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과오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는 성찬이다. 그런 성찬에게
계속적인 권유를 아끼지 않는 VJ진수와 봉주의 측근이자 운암정에서 일하는
우중거(김상호)에게 이끌려 봉주와 다시 대면한 성찬은 자신이 최고의 요리
사임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영화 식객을 보는데 빼놓을수 없는 요소는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요리뿐만이 아니다. 즉, 꿩 완자전골, 연계찜, 육회,
섭산적,화양적,황복회등의 요리뿐만 아니라 삼초삼겹살,순두부찌개,된장찌개
를 비롯한 다양한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는 오히려 맛깔스럽다와 정갈하다는
느낌만 들 정도로 적절하게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식객이란 영화의
맛을 이끌어주는 요소는 정은표, 김상호 같은 코믹스런 웃음의 미각을 전달해주는
조연배우들의 연기와 영화로서 처음 빛을 발하는 VJ진수역을 맡은 이하나의
털털하면서 시원스러운 성격을 자연스럽게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영화의 반전적인 요소를 비롯한 요리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식객의
빼놓을수 없는 맛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양념이 된다. 단순한 음식과
요리대결에만 영화의 비중을 두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 관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리를 만드는 정신과 재료에 마음을 담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연이 담겨져 있는
것을 영화속 에피소드로 이끌어 내면서 기대하지 못한 상상이상의 맛을
전해준다. 미각으로 음미하는 맛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맛, 그것은
최고의 숯쟁이인 사형수의 에피소드에서도 성찬의 할아버지에 감춰진
이야기에서도 그리고 성찬이 자신의 동생같이 애지중지하게 키우는 소를
도살해야 되는 부분에서도 느낄수 있다. 요리란 단순한 사람의 미각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고 그 속에
담겨진 마음의 그릇이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전해질수 있을 대 그것을
진정한 요리라고 부를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주는 식객은 감동과
재미, 코믹의 삼박자를 적절하게 갖춘 거대한 합주를 아름답게 우려낸
진국의 영화라 생각된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식상하다고 생각될수도 있을 스토리의 시작과 끝이 될수도
있다. 반전또한 영화에 집중하다보면 절로 쉽게 알아차릴수 있을정도
이지만 '음식' 이란 재료로 이처럼 오감이 아닌 '육감(六感)' 을
자극 하는 영화를 이끌어 내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감동이 한층 더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