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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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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4 오전 11:0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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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저예산 단편 연작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기억하시는지…. 그 새롭고 신선한 시도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나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 영화. 그 영화를 완성했던 감독은 신예 류승완. 여세를 몰아 6~70년대에서나 볼법한 복고풍 액션을 코믹스럽게 연출하여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화제작 <다찌마와 리>를 만들어 그의 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한 그. 류승완이라는 감독의 젊은 패기나 새로운 시도 등이 너무나 인상 깊었던 나. 따라서 그의 본격적인 장편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의 크랭크 인 소식은 굉장한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의 연출을 하는 감독에 대한 기대에 아울러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이 영화는 더욱더 나의 기대를 증폭 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든 작품에 늘 새롭게 변신하는 개성과 연기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 전도연, 굉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몇 안되는 배우로 8년 만에 컴백하는 멋진 여배우 이혜영, 그다지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영화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었던 배우 정재영의 본격적인 주연데뷔. 이 세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신예감독의 새로운 감각과 패기가 어우러진 새로운 액션 <피도 눈물도 없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 리>에서 일부 증명되었던 그의 신선한 영화 스타일이 억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본격적인 장편 영화인 이 영화에선 얼마나 멋진 영화로 완성될 수 있을까에 기대가 남달랐던 나. 그리고 이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끝에 보게 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온 지금. 영화는 어째 내가 기대했던 그 느낌의 영화는 아닌 듯한 느낌이다. 내가 너무 많은걸 기대한 것일까….
포스터…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의 전면에 나선 거칠어 보이는 두 여성의 모습. 영화는 이제껏 남성 중심이었던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성을 배치함으로 다른 영화와 차별화를 두는 듯 포스터에서부터 굉장히 다이나믹한 느낌의 여성을 보여줌으로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포스터에서부터 이 영화는 여성이 중심이라고 공언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패니미즘 성향의 느낌을 준다. 더 이상 남성의 그림자에 가리워진 여성이 아닌 남성을 압도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장르 또는 스타일… 영화의 장르는 이름도 생소한 `펄프 누아르'. 우리는 흔히 갱스터 영화를 ‘누와르’라고 한다. 사회의 음지에서 범법을 일삼는 어두운 세계 사람들.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돈, 마약, 총, 여자 때문 그들의 삶은 사기, 배신 때론 의리로 점철된다. 그러한 이들의 생활을 다룬 영화들을 통틀어 필름 누와르라 한다. 그렇담 펄프 누와르는 ? 주로 어둡게만 묘사되는 ‘누와르’에 색깔을 가미한 느낌이랄까 ? 어쩐지 기존의 ‘누와르’ 보다 좀더 경쾌하고 밝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가 쿠엔틴 타란티노나 가이 리치의 영화 스타일을 답습한 듯한 느낌으로 미루어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의 펄프와 갱스터 영화를 연상시키는 ‘누와르’를 접합시켜 새로운 장르 명이 명명된 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든다. 어쨌든 ‘펄프 누와르’ 라는 이 장르명은 영화의 내용에 아주 적합한 장르명이 아닌가 싶다.
혹시 쿠엔틴 타란티노나 가이리치의 영화를 보신적이 있으신지… 그들 영화의 공통점은 사건의 발단은 있으나 사건이 전개되어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게 되고 때문에 사건은 처음에 의도하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써 마무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스타일의 영화. 그 각각의 사건의 중심에는 꼭 어떤 물건이 개입되어 있는 것도 특징. 일례를 들어 가이 리치의 최근작 <스태치>에선 ‘다이아몬드’가 중심물건이 아닌가 !
이 영화의 스타일도 그것과 흡사하다. 이 영화 속에선 ‘돈가방’이 중심. 영화는 현재의 처지를 벗어나고픈 두 여인이 투견판의 판돈이 담긴 ‘돈가방’을 빼돌려 한몫 챙긴다는 계획. 하지만 ‘돈가방’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그 ‘돈가방’을 노리는 다른 인물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다른 인물들과 얽힌 인물 때문에 상황은 두 여인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의 재미를 위해 예상치 못한 반전도 숨겨두는데… 어떻게 보면 영화는 이전에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굉장히 새로운 구성으로 감독의 재기가 넘치는 신선한 영화라 생각이 들법하다. 하지만 영화는 스타일 면에선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스타일이었지만 헐리웃에선 익히 보았었던 바로 그 스타일. 오히려 촬영이나 편집의 기교가 헐리웃 영화를 답습한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롭다기 보단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전체적인 줄거리의 진행, 인물 배치 및 상황전개가 가이 리치의 <스내치>와 상당부분 많이 닮아있고 수진과 경선의 만남에 대한 정황의 설명을 위해 반복되는 자동차 충돌 씬이나 아무런 설명 없이 수진의 집에 들이닥치는 남자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른채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어리둥절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영화에 익숙지 않아왔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할애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등장인물 그리고 설정… 영화를 보기 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물론 경선역의 이혜영과 수진역의 전도연일 것이다. 전도연은 전직 라운드걸 출신으로 투견장 중간 보스 독불의 여인이며 가수지망생인 수진역. 이혜영은 전직 금고털이였지만 현재는 택시운전사로 남편이 짊어지운 빚 때문에 어린 딸과 함께 살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경선역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기존에 보아왔던 패미니즘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 배치와 그리 다르지 않은 구조를 띈다. 경선은 거칠고 남성적이며 남성들에게 독립적이고 영화 속 여성파트너를 리드해 나가는 입장이다. 수진역은 사건의 진원이 되는 트러블메이커이며 영화 속 남자주인공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물론 남자주인공을 배신하게 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경선은 <델마와 루이스>에서 루이스역의 수잔 서랜든에 또는 <바운드>에서 코키역의 지나 거손을, 수진은 델마역의 지나 데이비스 또는 바이올렛역의 제니퍼 틸리와 똑 같은 성격배치를 이룬다. 그렇다면 과연 감독은 이 영화를 패미니즘을 성향을 가진 영화로 완성을 하였는가 ? 이 영화를 본 나의 의견을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영화 속의 경선은 분명 남성들로부터 독립적이고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 보인다. 아니 남자들이 오히려 귀찮아 보인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신의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돈가방 쟁탈전과 패미니즘은 전혀 무관하다. 패미니즘을 이야기 하기엔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너무 산만스럽다. 수진은 어떠한가. 독불이 사랑한다고 때리고, 화가 난다고 해서 치고, 시끄럽다고 던지는 주먹을 받는 샌드백이다. 마치 독불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이 폭력이고 그녀는 그의 주먹을 받는 것이 사랑인 것 처럼 그녀는 늘 그에게 폭력의 희생량이 되지만 계속해서 그의 곁에 머무른다. 오히려 지나가는 행인에게 시비를 걸다가 오히려 얻어 맞게 되는 독불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감싸 안기까지 한다. 따라서 그녀가 갑자기 독불을 배신하고 돈가방을 훔치려고 결심하는 과정이 어쩐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자동차 사고로 만난 경선으로 인해 그녀가 갑작스럽게 독불을 배신할 용기(?)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좀 억지스럽다. 독불이 살아있는 한 수진은 그의 복수를 감수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전체적으로 그녀의 행동을 합리화 할만한 무언가가 빠진 듯한 느낌에 수진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두 명의 여배우 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전체적으로 15명 정도의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독불역의 정재영, 김금복역의 신구, 칠성파 두목 백일섭, 웨이터 채민수역의 류승범, 침묵맨 정두홍 등 상당히 많은 남자배우들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때문에 감독은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씬을 할애해야 했고 따라서 영화는 두 여배우에 집중된 영화가 아닌 다수의 등장인물에 얽히고 설킴에 때문에 빗어지는 상황에 관한 영화가 되어갔다.
따라서 영화는 점점 산만해 지기 시작했다. 경선에 대해서 알아가려고 하니 수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김금복과 침묵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더니 김금복을 감시하는 형사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웨이터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줄거리를 쫓아가기도 힘에 겹다.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굉장히 많은 위험요소를 가진다. 상황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많은 배우들이 등장을 하게 되지만 각각의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려면 나름대로 굉장히 세밀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각각의 배우들의 성격을 표현하기엔 각 캐리터들에게 할당된 시간이 너무 짧으므로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관객에게 주어야 하므로…. 전체적으로 배치된 인물들의 성격, 독불역의 정재영, 침묵맨의 정두홍, 칠성파 삼총사, 채민수 삼총사 등,은 꽤 재미있고 감초구실을 적절히 하여 극의 재미를 불어넣고 있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인물들을 배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재미는 있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고 그 산만함 때문에 영화의 중심은 관객에게 메시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반전으로 설정되어 있던 부분은 영화의 중반부터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는 조금은 어설픈 반전이 되어버렸다.
액션… 이 영화의 액션은 다른 영화와 비교해 오히려 두드러지지는 액션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영화와는 차별화된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의 막바지 침묵맨 정두홍과 독불 정재영의 액션에선 이러한 액션의 차별화에 대한 진가가 발휘된다. 영화는 요즘 너무나 흔해져 버린 와이어 액션이나 빠르고 느린 편집에 의한 액션 효과나 카메라의 조작을 배제한다. 특히 침묵맨 정두홍의 액션에서… 영화 속에서 표현된 액션은 단순히 빠른 움직임과 점프로 정도의 말 그대로의 별다를 것없는 액션이었다. 하지만 개가 싸우는 투견장내에서의 독불과 침묵맨의 격투씬은 그러한 빠른 몸놀림으로도 충분히 극대의 효과를 낼 만큼 멋진 장면을 연출하였다. 꾸밈없는 액션이 오히려 더 새롭고 또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 !. 특히 침묵맨 정두홍이 뿜어내는 액션의 카리스마는 영화 전체를 압도할 만큼 멋있었다.
아마 이 액션씬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로 헐리우드를 표방한 작품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감독의 재기를 너무 믿었던 까닭이었을까…. 어떻게 보면 분명히 새로운 스타일의 도전적인 영화임에 분명한데 난 이 영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각각의 배우들의 연기나 복잡한 구성에 비한 전체적인 완성도 그만하면 나쁘지가 않은데… 어딘지 헐리웃 냄새가 나는 듯한 스타일이 나는 너무도 못 마땅했던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감독데뷔를 하는 풋내기 감독인 류감독이 벌써부터 관객을 의식하고 의식적으로 흥행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의도도 영화 곳곳에 배어있는 듯한 느낌에 조금은 씁쓸한 느낌 마져든다.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하여야 하는데…
여하튼 류승완 감독은 젊고 재능있는 감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나름대로 패기있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시도를 할만큼 도전의식이 많은 감독인 것은 분명하다. 나의 바람이라면 이 영화의 나빴던 점과 좋았던 점을 감독 자신이 나름대로 수용하여 다음 작품에선 좀더 그다운 신선한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되 한국적인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패기 있는 젊은 감독의 멋진 차기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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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2001, No blood No tears)
제작사 : 좋은영화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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